‘정년 연장’ 추진…지역中企 “현실은 선별재고용”
인건비 부담 41.4%·안전 이슈로 유연한 재고용 선호 “세대 갈등 불가피…직무별 재고용 기준 세분화해야”
정년 연장 입법이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중소기업은 “현실에선 선별재고용”이라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다만 두 방식 모두 청년 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19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고용연장 관련 중소기업 의견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86.2%가 정년퇴직자에 대한 ‘선별재고용’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정년 연장’을 희망한 기업은 13.8%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지난 13~17일 상시종사자 30~299인 중소기업 304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대전의 한 경영학 A 교수는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할 경우 중소기업은 인건비 부담(41.4%)을 가장 크게 우려한다. 생산성·업무효율 하락(12.2%)이 네 번째 우려 항목인 것을 보면 필요 직무에 한해 계속 고용하려는 의지가 분명해 보인다”며 “다만 제조업과 일반서비스업은 산업안전·건강 이슈(각 34.4%, 27.1%)를 가장 걱정한 만큼 산업 현장별로 입장 차이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의 최대 걸림돌은 저출생에 따른 인구 감소와 급속한 고령화다. 글로벌 연구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1%p 하락할 때 연평균 GDP 성장률은 약 0.30%p 하락하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1%p 늘고 30~64세 비중이 1%p 줄면 성장률은 약 0.38%p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정부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을 통해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인센티브·보조금 등으로 약 2조 60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됐다. 대전의 한 사회학 교수는 “대전의 25~45세 인구는 2008년 전체의 36.2%(53만 6331명)에서 2022년 29.7%(41만 9573명)로 급감했다”며 “그런데도 고령층은 임금근로자 비중이 낮아지고 비정규직 비중은 65세 61.2%, 70세 85.1%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의 자립이 약해질수록 청년층의 부양 부담이 커져 국가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제조업계는 선별재고용이 청년 일자리를 일정 부분 보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충남 제조업계 관계자는 “중기중앙회의 조사에서 나타났듯 계속 고용이 필요한 직무는 생산기능직(47.7%)이 가장 많은데 재고용 시 산업안전·건강이슈를 제일 먼저 고민하고 있다. 즉, 정년 연장과 달리 60세 정년 은퇴가 가능한 선별재고용 방식이라면 청년층을 추가 고용할 관성이 존재한다”며 “다른 일터에서 60세 이상을 재고용하는 비율이 커 청년 일자리가 적다고 해도 총 규모는 일정 부분 보장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반면 서비스판매업계에서는 “계속 고용 필요성이 5.9%에 불과한 것에서 알수 있듯 선별재고용 방식에서는 60세 이상을 재고용할 가능성이 적어서 역차별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 교수는 “정년 연장이든 선별재고용이든 어느 한쪽만 선택할 문제가 아니라 지역 산업의 인력 구조에 맞춘 ‘직무 기준형 고용 연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며 “대전·충청처럼 제조·서비스·공공이 공존하는 지역은 직무별 재고용 기준을 세분화해야 청년 채용과 고령층 일자리를 동시에 지킬 수 있다. 지자체가 정부에 이 문제를 적극 전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