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지원 인권침해, 이젠 책임의 시간
<속보>=대전 성지원에서 발생한 인권침해가 공식 기록으로 남겨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지난 5년간의 조사를 마무리하며 성지원에서 구조적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최종 결론을 내놓으면서다. 국가가 진실을 인정한 만큼 이제 정부·대전시의 사과와 후속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본보 9월 24일자 1면 등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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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5년간 조사 마무리
“성지원서 구조적 인권침해 반복”
충청권 집단시설 대표 사례 규정
사과·명예회복·재발방지대책 등
국가·대전시 공동 책임 과제로
진실·화해위는 최근 2기 종합보고서 발간 대국민 보고회를 열고 5년간의 진실규명 작업을 종합한 국가의 공식 결론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성지원을 충청권 집단수용시설 가운데 대표적인 인권침해 사례로 규정했다. 성지원은 1979년 오정동에서 문을 연 뒤 1985년 대화동으로 이전해 운영됐으며 당시 약 600명이 수용돼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행정조치가 장기 수용과 통제로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구조적 인권침해가 반복됐다는 게 진실·화해위의 판단이다.
조사 과정에서는 성지원에서 벌어진 구체적 피해 진술이 다수 나왔다. 장기 격리와 폭행·작업 강요가 일상적으로 이어졌다는 증언이 확인됐고 수용 기간을 결정하는 기준이나 절차가 불명확해 시설 내부에서 자유가 제한된 상태가 지속된 것으로 조사됐다. 외부 감시가 차단된 운영 방식도 폭력을 고착시키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특히 1980년대 내내 성지원에서 수용자 폭행 사건이 반복됐다는 점을 핵심 인권침해 정황으로 제시했다. 잦은 폭행과 강압적 통제에 반발해 수용자들이 1985년 7월 집단농성을 벌였지만 관련 사건 상당수는 경·검찰 초동 수사 과정에서 부실 처리되거나 축소·은폐됐다. 관리·감독 기관 역시 실효성 없는 권고만 반복했고 이런 책임 방기로 1990년대 후반까지 유사한 인권침해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1987년 신민당 진상조사단 폭행 사건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조사단이 운영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설을 찾았으나 관계자들이 접근을 막아 충돌이 발생했고 보고서는 이를 성지원의 폐쇄성과 통제 구조를 드러내는 사례로 설명했다. 진실·화해위는 이러한 정황을 근거로 성지원 문제가 단일 시설의 차원을 넘어 당시 행정 시스템 전반의 구조적 한계와 연결돼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진실·화해위는 보고서를 통해 성지원 피해자에 대한 심리 치유와 자립 지원, 배·보상법 제정, 명예회복 절차 마련 등을 정부와 지자체에 권고하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 공개로 성지원 사건은 책임 이행 단계로 넘어가게 됐다. 성지원이 국가의 단속 정책과 지자체 행정이 함께 작동한 시설이었던 만큼 앞으로의 핵심은 이를 어떻게 실천하느냐다. 보고서엔 후속 조치로 배·보상 제도 구축, 기록·교육 사업, 재발 방지 제도 개선 등 구조적 과제가 담겼는데 이를 국가와 지자체가 공동으로 수행하도록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