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화 신고 달린 비계공, 마라톤 20연승의 주인공 심진석
마스터스 마라톤 대회에서 뜻밖의 이름이 빠르게 주목을 받았다.
바로 29세의 청년 심진석. 선수 경력이 없음에도 올해 상반기에만 전국 대회에서 20회 연속 우승을 거뒀고, 이틀 연속 풀코스에 나가 모두 우승한 기록도 있다. 풀코스 2시간 31분 15초, 하프 1시간 11분 1초, 10㎞는 31분 47초에 주파한다.
러닝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며 그의 러닝화, 러닝복, 훈련 방식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낭만 러너 심진석’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온 유튜브 영상은 공개 후 일주일 만에 조회 수 200만회를 돌파했다. 영상을 클릭한 이유는 단순히 겨울 러닝복을 찾던 중 알고리즘이 보여줬기 때문이었지만, 화면 속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그는 보통의 러너가 입지 않는 건설 현장 작업복에 안전화를 신고, 안전모와 물통을 넣은 가방까지 멘 채 달리고 있었다.
그의 본업은 건설 현장에서 비계를 설치하고 해체하는 비계공이다. 비계는 높은 곳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임시 구조물로, 이 일을 해본 사람들은 “속된 말로 노가다 중의 상노가다”라고 말한다. 오전 7시 시작해 오후 5시까지 일하는 그는 따로 운동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 그래서 지하철이 다니지 않는 16㎞ 구간을 매일 뛰어서 출퇴근하는 자신만의 훈련법을 만들었다.
오전 4시 40분, 그는 스마트 워치도 없이 달리기를 시작한다. 대부분의 러너들이 심박과 GPS를 확인하는 스마트 워치를 필수로 여기는 것과 달리, 그는 시각만 보이는 오래된 전자시계 하나를 차고 아직 어두운 길을 코치 없이 홀로 달린다. 카본화도 아니고 짧은 거리도 버티기 힘든 안전화를 신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