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교섭창구 단일화안 구체화…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원청-하청노조 교섭 합의 불발하면 창구단일화 진행 안되면 교섭단위 분리… 정부 다양한 분리 방안 제시 분리 미신청시 정부, 원청 노조-하청 노조 연대 지도 구체적 지침·매뉴얼은 전문가 토론 거쳐 내달 발표

2025-11-24     김현호 기자
사진 = 대한민국 정부

내년 3월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원청과 하청 노조의 원활한 교섭을 지원하기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의 틀 안에서 교섭단위 분리제도를 활용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분쟁에 대해서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고용노동부는 노동위원회의 교섭단위 분리·통합 결정 기준을 확대하는 이 같은 내용의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25일부터 내년 1월 5일까지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교섭창구 단일화 추진… 안 되면 분리

노란봉투법은 하청이나 특수고용 등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장하기 위해 원청기업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까지를 사용자로 법적으로 명시하는 한편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소송 남용을 막기 위해 조합원의 법적 책임을 개별화하는 게 골자다. 이에 따라 원청과 하청 노조 간 교섭이 가능해졌지만 교섭 절차가 불명확하고 하청 노조의 교섭권을 최대한 보장할 수 없어 원·하청 노사의 실질적인 교섭을 끌어내려면 구체적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의 필요성이 꾸준히 나오는 중이다. 이에 정부는 노사관계의 경우 노사 스스로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이를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는 전제를 시행령 등에 담기로 했다. 큰 틀에서 원청과 하청 노조의 실질적 교섭을 촉진하면서도 현장의 혼란을 방지하는 안정된 교섭체계를 이루려면 노사가 교섭방식에 자율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것에 긍정하고 있다. 다만 합의가 원활하지 않으면 기존 법에 명시된 ‘원청 사업장을 기준으로 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한다’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인용하기로 했다. 노조법에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 형태와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동조합이 2개 이상인 경우 노조는 교섭 대표 노조를 정해 교섭을 요구해야 한다’라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활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해 노동부는 노동위원회를 통해 사업장 상황에 맞는 교섭단위 분리 방안을 시행령 명시하기로 했다.

◆교섭단위 분리 시나리오 다양화

정부는 교섭단위 분리 시 구체적인 예시를 제시했다. 우선 직무나 이해관계, 노조 특성이 현저히 다른 경우 개별·하청별로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직무 등 특성이 유사한 하청이 있는 경우 유사 하청별로 분리하는 방식, 전체 하청의 직무 등 특성이 유사할 때 전체 하청노조로 분리하는 방안 등도 내놨다. 다만 현장에선 요구가 다양한 만큼 노동부는 하청노조에서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하지 않았을 때 원청 교섭단위에서 원청 노조와 하청 노조가 연대해 교섭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안까지 세웠다. 이처럼 노동부가 여러 시나리오를 구체화한 건 원청과 하청노조 간의 교섭이 이뤄질 경우 노동조합 간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교섭단위 분리의 필요성이 더 많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시행령에 노동위원회의 역할도 강화했다. 법 취지에 맞게 하청노조가 실질 사용자인 원청과 원활히 교섭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는 만큼 교섭단위 분리·통합의 결정 주체인 노동위원회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시행령 등엔 노동위원회가 교섭단위 분리, 혹은 통합 시 고려해야 할 사안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지침·매뉴얼은 내달 발표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한 사용자성 판단기준, 노동쟁의 범위, 교섭절차에 관한 지침·매뉴얼을 전문가와의 논의, 노사와 협의 등을 거쳐 내달 중 발표할 예정인데 거시적인 방향은 설정했다. 우선 새로운 사용자 정의규정을 기준으로 해 사용자성 판단기준 지침을 마련하고 사용자성 판단기준 지침에는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구체적 지배·결정 여부의 판단기준 및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구체적인 예시 사례 등을 담을 예정이다. 이와 함께 노동쟁의의 정의가 변경됨에 따라 노동쟁의 범위 지침도 마련할 계획이다. 법상 노동쟁의의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기준 등을 명시한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그간 대화조차 어려웠던 원·하청 교섭이 제도적 틀 안에 들어온 만큼 법의 취지에 맞게 실질적인 교섭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동계는 힘써 주길 바란다. 경영계 역시 원·하청 교섭의 근거 규정이 마련된 만큼 상생할 수 있도록 당부한다. 정부는 노사의 여러 의견을 청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입법예고 기간 중 장관은 직접 노사관계자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 노사와 함께 지혜를 모아 대화와 타협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함으로써 노사 상생과 격차 해소 등 진짜 성장의 계기를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김현호·조현재 기자 khh030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