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순재, 생전 그가 남긴 프로필은... 한국 방송계의 역사

배우계의 큰 별 이순재가 25일 새벽 별세했다. 향년 91세.

유족에 따르면 이순재는 최근까지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기다리며'와 KBS 2TV 드라마 '개소리' 등에 출연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건강이 악화되면서 활동을 잠정 중단했고, 치료와 휴식을 병행해 왔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부친을 따라 중국 옌지로 이주했다가 조부모를 따라 서울로 돌아와 성장했다. 해방과 6·25 전쟁을 모두 겪은 세대이기도 하다.

서울대 철학과 재학 시절, 당시 대학생들에게 값싼 취미였던 '영화 보기'에 빠지며 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특히 영국 배우 로런스 올리비에의 영화 '햄릿'을 보고 배우의 길을 결심했다.

1956년 연극 '지평선 넘어'로 데뷔한 그는 대한민국 최초 TV방송사 HLKZ-TV의 드라마에 출연하며 한국 방송의 태동기와 함께한 남자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 '이산', '엄마가 뿔났다', 영화 '덕구' 등 다양한 작품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으며,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특유의 열정과 체력으로 나이를 잊은 열정을 보여줬다.

지난해에도 그의 연기 열정은 여전했다. KBS 2TV 드라마 '개소리'에 출연하며 마지막까지 연기 혼을 불태웠고, KBS 연기대상에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가 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 KBS가 대한민국 방송 역사를 시작한 해가 1961년이다. 우리나라 방송 역사를 시작한 곳에서 활동하다 TBC로 건너갔다가 1980년에 돌아왔다"며 "언젠가는 기회가 한 번 오겠지' 하면서 늘 준비하고 있었는데 오늘, 이 아름다운 상, 귀한 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천대 석좌 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는데,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서 오늘의 결과가 온 것 같다"며 "격려해 주신 시청자 여러분, 정말 평생동안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