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돌봄 4개월 앞… 일부 자치구 시범사업에 연착륙 기대하나 재원은 고민
운영 방향과 전환 속도 구마다 차이 시범사업 경험 여부가 실무 격차로 이어져 재원 부족 우려에 보건소 연계 등 남은 과제 뚜렷
내년 3월 통합돌봄 전면 시행을 앞둔 가운데 대전 각 자치구의 준비 상황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시범사업을 거친 유성구와 대덕구는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본사업에 연착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지만 뒤늦게 시범사업에 뛰어든 나머지 자치구는 인력 확보와 전달체계 정비에서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현장의 인력과 예산으론 원활한 추진을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25일 대전의 각 자치구에 따르면 통합돌봄은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 지원 시스템을 구축, 의료와 돌봄서비스 등 모든 관련 서비스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3월 26일 돌봄통합지원법 제정으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내년 3월 27일 전국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대전에선 유성구와 대덕구가 시범사업을 운영하며 이를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준비 체계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성구는 방문의료와 사례관리 운영 경험을 축적했고 대덕구는 재원 다각화와 내부 조직 정비를 꾸준히 진행하면서 행정과 재정 기반을 탄탄하게 쌓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올해 처음 시범사업에 참여한 동구와 중구, 서구는 여러 부문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선 동구는 전달체계 전환 속도가 다른 구에 비해 더디고 돌봄 수요 대비 행정 여력도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호소를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지침을 따르고 있지만 인력을 확보하지 못해 자체 서비스를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구는 어르신 인구 비율이 24%에 이르는 등 사업 필요성이 크지만 대상자 발굴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범사업으로 축적한 발굴 체계는 있지만 본격적인 서비스 제공 단계로 가려면 예산 등이 더 필요하다는 견지다. 서구는 대상자 규모에 비해 예산이 충분하지 않은 ‘예산 역전 구조’를 우려하는 중이다. 가뜩이나 대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갖고 있어 관련 문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유성구와 대덕구가 대전에선 원활하게 시범사업을 진행하곤 있지만 이들 역시 고심은 있다. 유성구는 서비스 운영 경험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본인부담금 문제라는 실질적 난관을 지적했다. 이를 설득하려는 작업이 만만찮다는 것이다.
유성구 관계자는 “방문 의료 서비스는 본인부담금 500원조차 부담돼 이용을 포기하는 사례가 있다. 이를 설득하고 조정할 사례 관리 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부가 의료급여 지원을 제한해 현장의 설득 부담만 커진다”라고 말했다. 대덕구 역시 예산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데 민관 협력과 외부 재원 연계 등을 통해 재원을 다각화한다는 방안을 택했다.
대전시는 각 자치구의 원활한 통합돌봄 추진을 위해 예산과 인력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이미 대전형 통합돌봄을 시행한 만큼 통합돌봄 시행에 따른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통합돌봄을 보건소와 연계하는 방안에 대해선 고민 중이다. 보건소는 시·군 단위에선 돌봄서비스의 최전선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광역시에선 병·의원에 대한 의존도가 더 높아서다.
시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70명 안팎의 통합돌봄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예산을 확보했으며 2주 단위로 자치구 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기존 대전형 통합돌봄 경험이 있어 시행 자체는 무리 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지만 보건소 연계는 고민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와 관련 단체는 통합돌봄의 재정 구조를 둘러싼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돌봄과 미래’를 포함한 53개 단체는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가 편성한 통합돌봄 예산은 지자체가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비판하며 기본 재정 확충을 촉구했고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도 별도 논평을 내고 “지방의 인력·조직 기반이 마련되지 않으면 장애인과 정신질환자 돌봄이 의료 중심 체계 뒤로 밀릴 수 있다”라고 지적하며 보조율과 인력 기준 개선을 요구했다.
정근우 기자 gnu@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