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형민 노무사의 노무병법] “중대재해처벌법이 원하는 것”
세종노사연구원
다음에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간혹 노무사로서 자문업체에서 안타까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업체 담당자가 “어떤 경영자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는 반면 다른 경영자는 무죄 판결을 받습니까?” 라는 질의가 온다. 왜 똑같이 사망 사고가 발생했는데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그 답은 법원이 사고의 비극적인 ‘결과’ 그 자체보다, 사고를 막기 위해 얼마나 충실히 ‘과정’을 관리했는지를 더 중요하게 보기 때문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핵심 원칙은 ‘결과 책임’과 ‘행위 책임’이다. 법은 경영 책임자에게 결과에 대한 무조건적인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재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행위를 했는지도 묻는다. 그렇기 때문에 동일한 사고라 하더라도 어떤 경우는 실형을, 어떤 경우는 집행유예를, 어떤 경우는 유죄를, 어떤 경우는 무죄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원은 ‘행위 책임’이라는 추상적인 원칙을 어떻게 구체적인 유무죄 판단으로 연결할까? 이에 대해 검토하기로 한다.
첫째, 법원은 경영 책임자가 법적 의무를 위반했는지 여부를 확정한다. 그리고 오직 그 후에야 그 특정한 의무 위반이 비극적인 사고를 직접적으로 유발했는지를 심리한다. 법원이 유죄를 선고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이다.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를 보는 것이다.
실제 유죄 판결 총 29건에서 가장 빈번하게 지적된 위반 사항 중 유해·위험요인 확인 및 개선 절차 마련 및 점검 의무 위반이 총 24건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현장의 안전관리자들이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기준 여부를 물었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에서 김 부장이 아산공장으로 좌천되고 안전관리자 역할로 나오는 데, 전혀 전문지식이 없는 안전관리자 김 부장이 서류상으로만 O,×,△로 대강 표시하는데, 정말 큰일 날이다. 절대 지양해야한다.
둘째, 무죄 판결의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상당 인과관계’의 증명 여부에 있다. 단순히 법에서 정한 의무를 일부 지키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처벌받는 것은 아닌 것이다. 그 의무 위반과 사망 사고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처벌되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첫 무죄 사례를 보면, 법원은 회사의 ‘안전·보건에 관한 총괄·관리 전담 조직 미배치’라는 의무 위반 사실은 인정했지만, 해당 사고는 전담 조직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판단, 의무 위반과 사고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 관계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다.
이와 같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라고 하더라도 유무죄의 갈림길이 있는 것이다. 그러면 유죄라 하더라도 어떤 경우는 실형, 어떤 경우는 집행유예를 가르게 되는가?
검토건대 법원은 집행유예를 선고하거나 감형을 해주는 경우, 경영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노력’ 을 중요하게 보는 듯하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에 상주하는 등 진심 어린 반성과 유가족 위로 노력 뿐만 아니라 사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시스템 개선 노력도 보는 듯하다.
간혹 유족과 합의가 이뤄졌다고 법원의 선처를 기대하는 사용자를 보는 경우가 있는데 판례에 의하면 유족과의 단순 합의만으로는 법원의 선처를 기대하기 어렵다. 합의는 기본이며 그 이상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검토건대 법원이 경영 책임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결과에 대한 단죄가 아닌 예방에 대한 노력인 것이다. 결국 안전을 비용이 아닌 경영의 핵심 가치로 삼고, 형식적인 구호가 아닌 실질적인 시스템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대재해처벌법이 경영책임자에게 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