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다, 물리다’ 구분하세요?

2013-01-29     윤성국

‘아저씨, 이것 고장이 나 작동이 안 되네요. 물려주세요.’ ‘교환은 돼도 물리는 것은 안 된다고 말했잖아요.’

큰마음 먹고 산 물건이 불량이거나 마음에 들지 않아 돈으로 돌려받거나 바꾼 물건을 다시 돌려받고 싶을 때 우리는 ‘물린다’라고 한다. 그러나 이때 사용하는 바른말은 ‘무르다’이다. 따라서 위 글도 ‘물려주세요’ 대신 ‘물러주세요’로, ‘물리는 것은’ 대신 ‘무르는 것은’으로 고쳐 써야 옳다.

‘무르다’는 ‘사거나 바꾼 물건을 원래 임자에게 도로 주고 돈이나 물건을 되찾다, 이미 행한 일을 그 전의 상태로 돌리다, 여리고 단단하지 않다, 물기가 많아서 단단하지 않다’ 등의 뜻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물러, 무르니’로 활용돼 쓰인다. 따라서 돈을 돌려받거나 바꾼 물건을 되찾는 경우에는 ‘가방을 샀다가 도로 물렀다.’ ‘시계와 지갑을 바꿨는데 손해인 것 같아 물렀다.’ ‘불량품을 무르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그러나 ‘물리다’가 ‘무르다’의 사역형이므로 ‘무르다’가 사역형으로 사용될 때에는 ‘물리다’를 쓰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반드시 사역형으로 사용될 때에 한한다. ‘각 지점에서 고객에 의해 물린 불량 상품이 월말이면 본사로 이송된다, 불량품이 물리는 것은 당연한 거지요.’ 등이 그 예다.

‘물리다’는 ‘정해진 시기를 뒤로 늦추다, 다시 대하기 싫을 만큼 몹시 싫증이 나다, 사람이나 물건 따위를 다른 자리로 옮겨 가게 하거나 옮겨 놓다’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이 각 지자체 공조 부족으로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무르고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는데...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