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원인 유전? 환경?

유전요인 연구결과 많아
환경요인과 복합작용
한쪽요인 단정 어려워

2013-04-16     권순재

‘범죄자는 범죄 인자를 갖고 태어나는가?’, ‘환경에 의해 범죄를 학습하게 가능한가?’

범죄의 원인을 유전적(생물학적)인 요인으로 볼 것인지 환경적(사회학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에 대한 관점은 오래 전부터 학자들 사이에서 줄곧 대립해왔다. 특히 형사정책을 연구하는 학자들 사이에선 해묵은 테마 중 하나다.

21세기 들어 유전학과 뇌과학 등이 급격하게 발전했음에도 이에 대한 정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범죄의 유전성에 대한 유명한 연구 중 하나는 리처드 덕데일의 ‘애더 쥬크가(家)’ 가계조사다.

덕데일은 1874년 뉴욕의 한 구치소를 조사하다 유달리 특정 성(姓)을 가진 재소자가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덕데일은 이들의 가까운 친척부터 조사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재소자들과 직접적 혈연관계가 있는 29명 가운데 무려 17명이 범죄 전과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들의 가계도를 심층적으로 조사하던 덕데일은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 모두 18세기 미국에서 속칭 ‘범죄자의 어머니’로 불리던 악명 높은 범죄자 애더 쥬크라는 여자의 후손이었던 것이다.

덕데일은 쥬크라는 집안의 가계도를 연구하면서 후손이 대대로 범죄자가 돼 형무소에 들어가는 일이 많다는 것을 밝혀냈다.

비슷한 연구를 한 고다드도 ‘카리카크라’라는 집안의 연구를 통해서 후손이 대대로 정신박약인 것을 발견했다.

이들의 연구는 하나의 가문이 범죄자를 만들거나 정신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로 남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조사의 미흡성과 환경적인 요인에 대한 무시로 비판을 받았다.

쌍생아(쌍둥이)를 통해 범죄와 생물학적인 관련성이 있는가에 대한 연구도 있다. 함께 태어난 이 둘의 특성이 같다면 행동양식도 비슷할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초기에는 쌍둥이들의 범죄행동양식에 있어 유사한 점을 발견해 범죄에 대한 유전적 요인이 있음을 발견한 것으로 보였지만 계속되는 연구를 통해 쌍생아와 범죄에 대한 유사성은 기대했던 것만큼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에 대한 생물학적 연구 성과가 미비하면서 생물학적인 요인을 명확히 규명키 위해 시작된 연구가 염색체 연구다.

일반적인 남성이 가지는 XY염색체보다 Y염색체를 하나 더 가지고 있는 XYY라는 염색체 이상이 공격성을 높인다는 것이다.

1960년대 중반 미국 시카고의 살인범이 이 염색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미디어를 통해서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한동안 XYY염색체는 공격성을 높이는 위험한 염색체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이후 연구 결과에서 반드시 그러한 것만은 아니라는 결과가 나와 그 열기는 식었다.

범죄에 대한 생물학적인 요인 연구는 상당수가 환경적인 요소에 대한 소홀함으로 비판받았다.

그러나 빈곤 등의 환경이 범죄자를 양산하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인식되고 있는 최근에도 유전적인 요인이 중요하다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텍사스대학 연구팀은 유전자가 인생에서 범죄를 일으키는데 중요한 영향을 준다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범죄학 저널’(the Criminology journal)에 발표한 바 있다.

J.C. 바네스 박사는 논문을 통해 “수백 개의 유전자가 범죄와 관계되는 확률을 높이거나 낮추는 작용을 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미국 국립 청소년 보건 연구기관에 등록된 4000명을 대상으로 항상 범죄를 일으키는 그룹, 10대 때만 범죄를 일으킨 그룹, 항상 법을 잘 지키는 그룹으로 나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10대 때만 범죄를 일으킨 그룹의 경우 환경적인 원인이 높은데 반해 항상 범죄를 일으키는 그룹은 그렇지 않았다.

바네스 박사는 “인생에서 계속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은 유전자의 요인이 크며 전혀 범죄를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유전과 환경적 요인이 반반”이라며 “10대 때만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은 환경적 요인이 크다”고 주장했다.

유전적이든 환경적이든 범죄의 원인을 밝혀낸다면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확실한 대처와 올바른 교정방법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