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균형발전정책 역주행

수도권 규제완화 '앞장'
과학벨트 추진엔 '팔짱'

2013-04-29     이기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과 균형발전정책이 점점 뒤로 밀리면서 충청권 경제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관련기사 4·8면

지난해 대선 국면에서 이 이슈들에 대한 명확한 방점이 찍히지 않은 탓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세종시·과학벨트와 관련해 말을 바꿔 2년 간 혼란을 부추긴 결과가 이번 정권에서도 되풀이 되고 있다.

과학벨트 거점지구 부지매입비는 2011년 확정된 과학벨트기본계획에서 논란의 소지를 남긴 이후 지속적으로 갈등을 낳고 있다. 정부와 대전시가 부지매입비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사업 일정이 그만큼 미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엑스포과학공원 연계 활용 방안 등 또 다른 논란이 도출되면서 부지매입비를 둘러싼 실타래는 더욱 꼬여가고 있다.

급기야 지역 경제계가 “과학벨트 정상 추진을 위해 정부가 부지매입비를 전액 국고로 지원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이행하라”는 건의안을 채택해 29일 정부 관계부처에 전달하기로 했다. 대전상공회의소는 건의안을 통해 “이번 추경예산에서 포항 방사광가속기엔 500억 원이 반영됐지만 과학벨트 부지매입비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나서지 말고 지켜보라’는 박 대통령의 입장과 ‘대전시가 부지매입비를 분담해야 한다’는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의 언급은 과학벨트를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지방분권·균형발전에 대한 의지는 아예 정권 초반부터 쓰레기통에 버려졌다. 국정과제에 포함된 지방분권·균형발전에 대한 논의는 뒤로 하고 수도권 규제부터 풀고 있다.

우선 지난 1년 간 3차례나 입법예고가 번복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 개정안(서울 4년제 대학, 산업대, 교육대의 수도권 자연보전권역 내 이전 허용)이 최근 차관회의를 통과해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균형발전’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아예 법률 체계에서 없앤 이명박 전 정권의 마지막 수도권 규제완화(안)이 이번 정권으로 이어져 종지부를 찍는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정부는 현재 수도권에서의 기업 활동 규제를 풀기 위해 14개 정부부처와 경제5단체가 참여하는 테스크포스를 운영하면서 입지 규제와 수도권 규제, 환경오염 규제 등을 전면 재검토해 내달 중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업의 투자 의지를 살려 경기를 회복 국면으로 전환시킨다는 명분인데 이명박 전 정권의 ‘국가경쟁력 강화’ 명분과 맥을 같이 한다. ‘경기 회복을 구실로 비수도권의 희생을 또 다시 강요한다’는 성토가 터져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전국연대는 28일 성명을 통해 “지난 5년간 수도권 규제를 사실상 철폐한 조치를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투자와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국가균형발전정책이 꽃을 피우기도 전에 수도권 규제를 전면적으로 완화하면 수도권 과밀화는 더욱 견고해지고 지방의 황폐화는 더욱 가속화돼 국정혼란을 야기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