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족한 거짓말탐지기

정확도 최고 98%
2% 오류 가능성 때문에 법적 증거능력 없어

2013-05-21     권순재

“거짓말탐지기는 범인을 확인하기 위한 도구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어차피 법적으로 아무런 효력도 없어.”한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경찰 관계자의 대사다.

보통 영화 속에서 거짓말탐지기는 용의자를 확정하거나 반대로 그 결과를 뒤집는 중요한 단서로 활용된다. 현실에선 과연 거짓말탐지기의 검사결과에 대해 사실적 관련성을 가진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까?

◆생리적 변화로 거짓 여부 측정
거짓말탐지기(폴리그래프의 일종)는 ‘인간의 정서변화가 생리변화를 이끈다’는 것을 기초로 하고 있다. 고의로 거짓말을 할 때 ‘발각될지도 모른다’는 염려 때문에 호흡·피부전기반사·혈압·맥박 등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기록한다. 인간이 의도적으로 신경계(혈류량, 혈압 등)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것을 기초로 진실패턴과 거짓패턴을 구분하는 원리다.

거짓말탐지기는 1960년대 초반 군에 의해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이후 1981년 이윤상(당시 14세) 군 유괴사건의 범인이 당시 이 군의 체육교사 주영형(당시 28세) 씨임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 증거를 제공하는 등 혁혁한 공로를 세우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은
거짓말탐지기의 정확성에 대해선 학계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르지만, 90~98%의 범위로 그 정확도를 인정받고 있다.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와 같이 죄의식이 없는 사람의 거짓말을 가려낼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 생리현상의 개인차와 대상자의 수면부족·건강상태·음주·임신 등의 사유, 조사자가 대상자에 대해 심리적 압박을 가할 경우 긴장으로 인해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 등에서 완벽하게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검찰청 심리분석실 등은 얼굴의 온도 변화와 안구 운동의 패턴을 분석해 거짓말을 판단하는 기술을 개발 중이다. 거짓말을 하면 얼굴 전체, 특히 코와 미간 사이의 온도가 증가하는데, 이를 적외선 열 영상 카메라로 측정하는 식이다.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은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정황 참고 자료로 활용될 뿐 형사법상 증거능력은 없다.
거짓말탐지기의 증거능력에 대해 수사 일선에서는 ‘효과적인 피의자 압박용 수단이나 법정에서의 간접증거로만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충남지방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근 수사에 사용되는 거짓말탐지기의 정확도는 98% 정도에 이른다”면서도 “2% 안팎의 오류 가능성 때문에 법정에서는 직접증거로는 사용하지 않지만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로는 활용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거짓말탐지기 결과에 대해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그 여지는 남겨 놓은 상태다.

거짓말탐지기가 증거능력을 인정받으려면 거짓말을 하면 일정한 심리상태의 변동이 일어나야하며 그 심리 상태의 변동이 반드시 일정한 생리적 반응을 일으켜야 하고, 그 생리적 반응에 의해 피검사자의 말이 거짓인지 아닌지가 정확히 판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해당 전제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검사 수단이 개발된다면 언제든 직접증거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