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말이야?’ ‘두루마리야?’
외국인이 우리나라에 와서 생활하면서 깜짝 놀라는 것이 화장실에 있어야 할 두루마리 화장지가 식당 테이블 위에 올라 있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외국인이 식당에서 두루마리 화장지를 보고도 놀랍지 않으면 오래 살아서 한국 사람이 다 됐다는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화장실에 있어야 할 둥근 휴지는 ‘두루말이’가 아니라 ‘두루마리’가 바른말이다. ‘두루마리’는 ‘가로로 길게 이어 돌돌 둥글게 만 종이. 편지나 그 밖의 글을 쓸 때 쓴다. 길게 둘둘 만 물건’이 그 뜻이다. 따라서 제대로 쓰려면 ‘두루마리 화장지’라고 해야 한다.
‘두루마리’가 ‘두루말이’로 잘못 사용되고 있는 것은 달걀을 부쳐서 돌돌 말아서 먹는 ‘달걀말이’나 ‘과거 권세 있는 집안에서 사사로이 사람을 멍석에 말아 놓고 뭇매를 가하던 일. 또는 그런 형벌’을 뜻하는 ‘멍석말이’에서 ‘말이’를 많이 접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달걀말이’는 ‘달걀’을 부쳐 말아 놓은 것이고, ‘멍석말이’는 ‘멍석’을 말아 놓은 것이므로 ‘두루말이’처럼 ‘말이’가 붙은 것이 맞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말의 뜻이 살아 있지 않다는 데 있다. ‘두루말이’가 바른말이 맞다고 한다면 ‘두루’를 말아 놓은 것이라고 해석을 해야 하는데 ‘두루’라는 말은 ‘휴지’나 ‘화장지’ 등의 뜻이 아예 없다. 그러니 ‘달걀말이’와 같은 예는 아니다. 참고로 ‘계란말이’란 말은 있으나 ‘계란’은 ‘달걀’로 순화해 쓴다.
야생진드기로 인해 국민이 불안하다. 두루마리 화장지에 돌돌 말아 폐기시켰으면 좋겠는데 그럴 수도 없고, 일단 너무 두려워하기보다는 주의하는 것이 상책이다.
<본사 상무/충남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