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방동저수지 살인사건 피고인 자백했는데 무죄판결 받은 까닭은?
진실임을 뒷받침하는 증거 있어야 객관성·신빙성 '증거능력' 요건
지난 2005년 발생한 ‘대전 방동저수지 살인사건’. 동거녀의 언니를 납치·감금하고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건으로, 당시 ‘시신 없는 살인사건’으로도 불렸다. 살인 혐의를 받았던 피고인은 수사단계에서 ‘자신이 동거녀 언니를 살해했다’고 자백(自白)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피고인의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법원은 왜 범행을 자백했던 피고인의 살인 혐의를 무죄로 봤을까.
재판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던 것도 근거가 됐을 수 있지만, ‘시신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초기의 자백만으로 기소된 살인 혐의를 유죄로 볼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범행방법이나 사망경위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형사소송 원칙상 살인죄에 대한 중한 형을 선고하기에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것이다. 결국 해당 재판은 대법원까지 올라갔지만 파기환송됐고, 지난 2008년 대전고등법원에서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과거 ‘증거의 왕’이라고도 불렸던 자백. 죄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만큼 확실한 증거가 또 있을까?
하지만 ‘자백만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형사법의 대원칙이 확립된 이후로 자백은 증거의 왕이 아닌 서자 정도로 취급받고 있다. ‘자백이 항상 진실을 반영하고 절대적인 증거가 되는 것일까’란 의문이 남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제310조)에서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이익한 유일의 증거일 때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자백의 보강법칙을 말하는 것으로 ‘자백은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함께 있어야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범인이 자신의 범행을 고백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경우 간이공판을 통해 신속히 재판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 같은 경우에도 자백 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다면 자백했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지 않는다. 허위자백 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사람이 설마 형벌을 받고 싶어 허위자백을 하겠냐는 추론이 가능하지만, 자신에게 불리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진실과 다른 진술을 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실제 지난 2001년 전 옥천서장 허위자백 사건 등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당시 해당 경찰서장은 부하직원의 거짓자백에 뇌물수수 혐의로 2심까지 유죄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에서 강압에 의한 허위자백 등을 인정받아 대전고법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결국 범죄를 스스로 인정하는 자백은 강요가 아닌 자기의 뜻에 따라 이뤄져야하며(임의성) 객관적으로 믿을 만해야하고(신빙성), 자백의 진실성을 뒷받침하는 보강증거가 있을 때 비로소 유죄의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
권순재 기자 pres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