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도 못뜨고…'속만 시커멓게 탑니다'

대전 역세권 사업지구

2010-05-18     김형중 기자
대전원도심 개발이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진행에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대전시 동구 신안동일대에는 개발이 늦어져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대전 원도심의 마천루, 쌍둥이 철도기관청사를 중심으로 대전역 주변은 60년의 시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곳은 대전시가 역세권 뉴타운사업을 발표하면서 원도심 재도약의 핵으로 부상했던 곳으로 1년 전인 지난해 5월 재정비촉진계획이 확정됐다.하지만 지난 16일 찾아간 이곳에는 뉴타운의 기대감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사실상 사업이 중단되면서 쌍둥이 빌딩의 그림자만큼이나 짙은 어둠만이 깔려 있었다. 활동 중인 두 곳의 추진위원회 중 먼저 삼성4구역 사무실을 찾았다.소파에서 홀로 낮잠을 자던 사무실 관계자가 전하는 역세권 분위기는 참담할 정도였다.한숨부터 내뱉은 그는 “현재 부동산 경기도 안 좋아 힘든 마당에 기반시설을 시에서 하지 않는 뉴타운 방식이니 주민들도 호응이 적고 사업성이 낮아 시공업체들이 관심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사실 지난해 9월 부동산사태 이전에는 땅값도 오르고 주민들 분위기도 좋았다고 한다. 뉴타운 발표 이전 3.3㎡당 120만 원대에서 300만 원대까지 올랐다.그는 “경기 침체에도 한번 오른 땅값은 좀처럼 떨어질 줄 모른다. 기반시설 설치 부담 외에도 높은 지가가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실제 인근 주공 석촌아파트가 3.3㎡당 650만 원에서 690만 원 정도에 분양을 했는데, 이를 감안하면 이곳도 주민들 보상이 200만 원대 정도에 맞춰야 사업성이 나온다는 계산이 나온다.기대감이 오를 대로 오른 이곳에 시공업체는 고사하고 정비업체조차 찾지 않고 있다.인근의 성남 1구역은 면적도 크지 않는데다 세대수가 45세대로 매우 적어 그나마 얘기가 진행 중이다. 이곳을 제외하면 나머지 구역은 주민들조차 자포자기 상태나 다름없다. 신안1구역 추진위원회 사무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사무실 앞에는 동의서를 받는다는 현수막을 걸어 놓고 있지만 지난 두 달여 동안 추진위가 걷은 동의서는 30개 뿐. 전체 토지소유자 640명의 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추진위원장은 “주민설명회를 여러 차례 했지만 주민들의 호응은 차갑기만 하다”며 “특히 많은 주민들이 이곳이 주거환경개선사업 등 공영개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골목에서 만난 한 주민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뉴타운 방식은 절대 안 된다. 뉴타운방식은 우리 주민들에게 피해만 입히는 것”이라며 “시가 개발할 능력이 없으면 차라리 하지 말고 규제나 풀어줘야 한다”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수 십 년째 이곳을 지켜 온 노병원(72) 할아버지는 개발에 쫓겨 날 걱정이 앞서 있었다.그는 “나 같은 사람이야 개발하든 안하든 상관없지. 이런 집하나 팔아서 얼마나 받는다고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 개발하면 나가야하는데 이 늙은이를 받아 줄 곳이 있으려나”라며 한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