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의 우리말 우리글〉 이래 뵈도 vs 이래 봬도
2014-06-03 윤성국
‘이래 뵈도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유도 선수입니다.’어설프고, 시원찮아 보여도 대단한 인물이 많으므로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할 일이 아니다. 위 글 ‘이래 뵈도’는 잘못된 말이다. ‘이래 봬도’가 바른말이다.
‘이래 봬도’를 살펴보자. ‘이래’는 부사로서 ‘이리하여’와 ‘이러하여’의 준말이다. 다음 ‘봬도’를 보자. ‘보다’의 피동형은 ‘보이다’이고, ‘보이다’의 준말은 ‘뵈다’이다. ‘뵈다’의 어간 ‘뵈’에 가정과 양보 등을 나타내는 연결어미 ‘어도’가 붙어 ‘뵈어도’가 됐고, 준말이 ‘봬도’이다. 따라서 ‘이래 보이어도, 이래 뵈어도’는 모두 쓸 수 있다. 그러나 발음하기가 편해 ‘이래 봬도’를 쓴다.
‘뵈도’를 쓸 수 없는 이유를 살펴보자. ‘어도’는 ‘ㅓ’로 끝나는 어간에 붙을 때만 ‘어’가 생략된다. ‘키가 커도 아직 초등학생이다.’가 그 예다. 따라서 ‘이래 뵈도’의 ‘뵈도’는 ‘보이도’의 준말이며, 가정과 양보 등을 나타내는 ‘-어도’가 붙어 형성된 말이 아니므로 이 의미로 쓸 수가 없는 말이다.
‘이래 봐도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유도 선수입니다.’또한 쓸 수 없다. ‘이래 봐도’는 타동사 ‘보다’에 ‘어간에 붙어 그 사실을 인정하나 그 다음 말과는 상관이 없음’을 나타내는 어미 ‘아도’가 붙은 것이므로 피동형으로 사용할 수 없다.
4일이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이래 봬도 내가 유권자야!”라고 큰소리치며 투표장으로 가서 당당하게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본사 상무/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