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의 우리말우리글〉‘닫치다’ 와 ‘닥치다’

<본사 상무/총괄국장>

2014-08-04     윤성국

‘계속되는 질문에도 입을 닥치고, 하루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화를 거절하려고 하면 입부터 닫아 버린다. 그런데 이 경우 입을 닥치는 것일까, 닫치는 것일까?

사전의 의미대로 풀이해 보면 ‘닫치다’와 ‘닥치다’는 단순히 ‘입을 다물다’의 의미로만 사용한다면 둘 다 사용이 가능하다. 그러나 스스로 입을 굳게 다무는 경우에는 ‘닫치다’를, 명령문에서 타인의 입을 닫게 만드는 경우에는 ‘닥치다’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한 구분일 듯하다. 따라서 위 글은 ‘닫치고’를 사용하면 된다.

‘닫치다’는 ‘열린 문짝, 뚜껑, 서랍 따위를 꼭꼭 또는 세게 닫다.’, ‘입을 굳게 다물다.’를 뜻한다. ‘닫다’에 강조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 ‘치’가 붙은 경우다. ‘대화 도중 갑자기 입을 닫치고 가버렸습니다.’, ‘불리한 진술은 아예 입을 닫쳐 버리니 수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필요한 거 사주지 않으면 갑자기 입을 닫쳐 무언의 시위를 벌입니다.’처럼 사용한다.

‘닥치다’는 ‘(주로 명령문에 쓰여) 입을 다물다.’의 뜻으로 사용된다. ‘입 닥치고 내 말 좀 들어라.’, ‘다른 참가자들이 강연을 들을 수 있게 제발 입 좀 닥쳐라.’가 그 예다.

더불어 ‘닫치다’가 ‘문짝, 뚜껑, 서랍 따위를 꼭꼭 또는 세게 닫다.’의 의미가 있다고 해서 ‘바람에 문이 닫쳤다’처럼 피동형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이 경우에는 ‘닫다’의 피동형 ‘닫히다’를 써서 ‘문이 닫혔다’처럼 써야 한다.

선임병의 폭력으로 후임병이 사망하면서 병영 문화의 폭력성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무조건 입 닥치라며 윽박지르고, 폭력을 행사하는 저급한 병영 문화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본사 상무/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