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의 우리말 우리글〉 배 속 vs 뱃속, 뭐가 다를까요
‘내시경은 뱃속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각종 암 검사에 널리 사용된다.’
‘배의 속’과 ‘뱃속’을 구분하지 못한 표현이다. 내시경은 배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으나 ‘뱃속(마음)’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따라서 배의 속 어느 곳을 말하기 위한 것이라면 ‘배 속’이라고 써야 하고, 마음을 뜻한다면 ‘뱃속’이라고 사용해야 한다.
‘뱃속’은 ‘배의 속’이 줄어서 된 말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속되게 뜻하는 말이다. 따라서 ‘어제와 달리 오늘은 저렇게 다정하게 말하고 있으니 도무지 저 사람 뱃속을 알 수가 없다.’처럼 사용해야 한다. 도무지 상대의 마음을 알 수가 없다는 말이다. ‘뱃속을 들여다보다, 뱃속을 채우다, 뱃속이 검다.’ 같은 관용구도 있다. 모두 마음을 의미한다.
비슷한 말, ‘뼛속’도 있다. ‘뼛속’은 ‘뼈의 속’이 줄어서 만들어졌다. 그러나 ‘뼛속’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의 뼈의 속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병이 ‘뼈의 겉면에서 발생했느냐, 뼈의 속에서 발생했느냐’처럼 뼈의 어느 곳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뼈 속’처럼 써야 옳다.
그러나 ‘뼛속’은 추상적 공간을 의미한다. ‘뼛속 깊이’라고 하면 정말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그런 지경’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생전에 어머니에게 효도하지 못한 것을 뼛속 깊이 후회한다, 뼛속에 사무치는 이별의 아픔.’처럼 사용한다.
다사다난으로 얼룩졌던 2014년이 지나고, 2015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 잘못을 저지르고도 대충 넘어가려다가 큰 망신을 당한 많은 사람들을 교훈 삼아 잘못을 했으면 뼛속 깊이 반성하는 자세를 잊지 말아야 한다.
<본사 상무/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