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오고 가는 감사의 마음…'감동까지 전해드려요'

2015-02-06     이기준

올 들어 벌써 달력 한 장이 넘어갔지만 음력으로 치면 이제 곧 또 다른 한 해의 시작이다. 첫 절기인 입춘(立春)을 지나 눈이 비로 바뀌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에 다다른다. 올해는 음력 정월 초하룻날인 설 당일이 딱 우수와 겹친다.

민족 고유의 대(大)명절 설이 본래 이름을 되찾은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896년 태양력이 도입되고 일제강점기 속에서 설은 억압받았다. 광복 이후에도 정부는 ‘신정’ 문화를 강요했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설의 명맥은 끊기지 않았다. 정부가 아무리 ‘민속의 날’이란 궁색한 이름을 붙여도 ‘설’이란 이름과 설 전통의례는 꾸준히 이어져 내려왔다. 음력 정월 초하루가 온전히 설로 인정받게 된 건 1989년의 일이다.

설은 민족대이동의 날이다.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이 한 데 모여 차례를 지내고 성묘하는 문화가 전승되고 있다. 우리 사회를 이루는 기본단위인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계기가 된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마음만은 풍요로워지는 이유다.

떡국 한 그릇에 나이 한 살을 먹고 차례와 성묘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되새긴다. 설은 섣달 그믐날 밤부터 시작한다는 말도 있다. 그래서 섣달 그믐날 밤에 잠을 자지 않는 풍습도 있다. 이를 수세(守歲)라 하는데 잠을 자면 눈썹이 센다는 속신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발달하면서 세시풍속은 많이 약화됐지만 최근 들어선 다시 복원되는 추세다. 널뛰기며 연날리기며 윷놀이며 신나는 놀이를 통해 가족의 정(情)을 다시금 느낀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꺼이 고향으로 달려가 가족을 만나는 날, 설. 따뜻한 가족애(愛)와 만날 시간이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