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의 우리말 우리글〉‘구슬리다, 구스리다, 구슬르다’ 바른말은?

2015-02-09     윤성국

‘아무리 구스려도 주운 물건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마음을 움직이지 못해 구슬리는 데 실패했나 보다. 이때 사용하는 ‘구스려도’는 바른말이 아니다. 흔히 ‘구스리다, 구슬르다’ 등으로 잘못 알고 있지만 ‘구슬리다’가 바른말이다. 그래서 위 글은 ‘구슬려도’가 바른말이다.

‘구슬리다’는 ‘그럴듯한 말로 꾀어 마음을 움직이다, 끝난 일을 이리저리 헤아려 자꾸 생각하다.’ 두 가지 뜻을 가지고 있다. 동사 ‘구슬리다’는 ‘구슬리어, 구슬려, 구슬리니, 구슬리고’ 등으로 규칙적으로 활용된다.
따라서 ‘고집이 세서 그런지 아무리 구슬려도 주운 물건을 돌려주지 않습니다, 지조가 있는 분인데 아무리 구슬린다고 우리 쪽으로 넘어 오겠습니까? 엄청난 액수의 뇌물을 주고 구슬렸더니 바로 정보를 넘기던데요.’처럼 사용하면 된다.

다른 의미로 ‘이미 입찰이 마감됐는데 창구 앞에서 자꾸 구슬리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계산에 의문이 들면 시간을 드릴 테니 오늘 하루만 잘 구슬려 보세요.’로 쓰기도 한다.
‘구슬리다’를 모르고 있으니 ‘구스리고, 구스리니, 구스리면, 구스려야, 구스르고, 구스르니, 구스르면, 구슬러야, 구슬렀다’ 등으로 잘못 활용하는 것이다. ‘구슬리다’만 기억하면 된다.

호남선 KTX의 서대전역 경유는 결국 불발됐다. 미리 서둘러 서대전역 경유가 관철되도록 주변을 잘 구슬려야 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으니, 뒤늦게 많은 사람이 이 일을 구슬리게 생겼다.

<본사 상무/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