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의 우리말 우리글〉‘못미처, 못 미쳐’ 구분하나요?

2015-02-16     윤성국

‘사거리 못미쳐서 작은 구멍가게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만나죠.’
어디에 이르지 못한 상태나, 도착하기 이전의 장소 등을 거론할 때 ‘못미처, 못 미쳐’ 등을 사용한다. 그러나 위 글처럼 ‘못 미쳐서’를 ‘못미쳐서’로 붙여 쓰거나 ‘못미처’를 ‘못미쳐’로 잘못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못미처’는 ‘명사’로서 ‘일정한 곳까지 채 이르지 못한 거리나 지점.’을 뜻한다. 따라서 ‘내가 다니는 학원은 초등학교 못미처입니다. 지나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 ‘집 앞 오거리 못미처에서 내리시면 됩니다.’처럼 사용하면 된다.

다음은 ‘미치다’를 살펴보자. ‘동사’ ‘미치다’는 정신에 이상이 생기는 ‘미치다’와 다른 의미로 ‘공간적 거리나 수준 따위가 일정한 선에 닿다, 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또는 그것을 가하다.’가 있다.
그러므로 ‘교회에 못 미쳐서 서 있으니 직진 하시면 저를 볼 수 있어요.’, ‘중산층 평균 소득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고 일을 합니다.’, ‘이번 선거 결과가 야당의 조직 개편에 영향을 못 미쳤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듭니다.’ 등으로 쓰면 된다.

‘못 미쳐’로 띄워 써야 하는 것을 ‘못미쳐’로 붙여 잘못 사용하는 것은 명사 ‘못미처’ 때문으로 분석된다. 명사 ‘못미처’가 있고, 동사 ‘미치다’와 결합하는 ‘못 미치다’가 있음을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
대한항공 ‘땅콩 회황’ 사건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에게 징역 1년이 선고됐다. 활주로 못미처에서 돌아온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본사 상무/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