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의 우리말우리글〉‘떼거지로 몰려오다.’ 바른말인가요?
‘구호품을 배급하러 갔더니 굶주린 주민들이 떼거지로 몰려왔다.’
한꺼번에 몰려들거나, 무리를 지어 행동하는 사람들을 향해 흔히 ‘떼거지’란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위 글의 ‘떼거지’는 ‘떼’의 속된 말 ‘떼거리’를 잘못 사용한 것이다.
‘목적이나 행동을 같이하는 무리’를 뜻하는 ‘떼’ 또는 ‘떼거리’는 ‘흉기로 무장한 폭력배 한 떼가 달려왔다.’, ‘아무리 무술을 익혔다고 하나 떼거리로 달려들면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소 떼를 몰고 북한으로 올라갔다.’처럼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떼거리’가 ‘떼’의 속된 말이고 보면, ‘떼거리’는 상황을 가려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떼’와 비슷한 말로는 ‘패(牌)’와 ‘패당’이 있으나 ‘떼’와 달리 사람에게만 쓸 수 있다. ‘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람의 무리.’를 뜻하기 때문이다. ‘패’를 낮잡아 이르는 말로는 ‘패거리’가 있다. ‘윗마을 패와 아랫마을 패가 시합에 참가한다.’, ‘폭력을 일삼는 그런 패거리와 어울리지 마라.’처럼 쓰면 된다.
‘떼거지’는 달리 써야 한다. ‘떼거지’는 ‘떼를 지어 다니는 거지’와 함께 ‘천재지변 따위로 졸지에 헐벗게 된 많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60~70년대만 해도 주변에서 떼거지 보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내전을 겪고 나니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떼거지가 됐다.’처럼 쓴다.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떼거리로 불·탈법 선거하다가 적발되는 사례가 빈발하니, 벌써 선거 후유증이 걱정스럽다.
<본사 상무/총괄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