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행복해지고 싶었다, 오직 그것뿐이었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작…희망없는 5포세대, 현 사회에 복수극

2015-08-16     유주경

열심히 살아도 행복해 질 수 없는 세상, 그녀의 통쾌한 복수가 시작된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국내 영화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가 관객들을 찾아왔다. 열심히 살면 행복해질 줄 알았던 ‘수남’의 파란만장한 인생역경을 그린 생계밀착형 코믹 잔혹극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안국진 감독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이다. 안 감독은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감각적인 연출로 풀어낸 단편 영화 ‘더블 클러치’로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 단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촉망 받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이후 장편영화 첫 연출작인 이번 영화를 통해 다시 한 번 전주국제영화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수남과 그녀의 행복을 방해하는 세력이 빚어내는 기상천외한 사건 그리고 통쾌한 복수를 바탕으로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2011년 처음 등장한 신조어 ‘3포 세대’는 불안정한 일자리와 취업난,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물가 상승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청년층 세대를 일컫는 말로 사회 전반의 큰 이슈가 됐다. 최근에는 취업,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5포 세대’, ‘7포 세대’, ‘N포 세대’라는 용어가 잇따라 등장하며 갈수록 힘들어지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대변하고 있다. 이처럼 먹고 살기 힘든 청년들의 표본과도 같은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의 주인공 수남은 한국 사회의 현실에 통쾌한 반란을 선포한다.

엘리트의 삶을 꿈꾸며 자격증을 준비하던 고등학생 수남은 어느덧 어른이 돼 내 집 마련을 위해 신문 배달, 청소, 식당 보조 등 투잡, 쓰리잡을 능가하는 ‘다잡녀’가 된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열심히 일해 봐도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에 나날이 빚만 쌓여가는 그녀에게 행복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오고, ‘수남’은 그 행복을 잡기 위해 터무니없는 세상을 향해 순수하고도 잔혹한 복수를 시작한다. 연애도, 결혼도, 출산도, 취업도, 내 집 마련도 포기한 희망 없는 ‘5포 세대’를 대표한 ‘수남’의 통쾌한 복수극을 그린 영화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는 블랙 코미디의 새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선 이번 영화를 통해 이정현이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왔다. 행복하기 위해 누구보다 성실하게 살아온 ‘수남’으로 분한 이정현은 개성 강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그동안 여배우들이 쉽게 소화할 수 없는 강렬한 캐릭터로 연기자로서의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증명해왔던 이정현은 이번 영화를 통해 역대급 광기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극중 수남과 대치할 행복 스틸러로 분한 막강한 조연 라인업과 곳곳에 숨은 카메오들이 관객들의 웃음 코드를 자극하며 극의 재미를 배가한다.

재개발 반대 운동에 앞장서는 ‘히스테릭한 심리 상담사’ 역은 연극 무대를 주름잡은 베테랑 서영화가 맡아 특유의 차분하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연기 톤으로 관객들을 압도한다. 강한 카리스마로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넘나들며 연기 활동을 이어온 명계남은 불도저 같은 성격을 지닌 ‘꼰대 작렬 퇴역군인’으로 분해 수남과 빅 매치를 펼친다. ‘분노조절장애를 지닌 세탁소 주인’ 역을 맡은 이준혁은 순간순간 터져 나오는 분노 연기로 관객들을 깜짝 놀라게 할 예정이다. 이대연이 수남의 성실함을 이용하려는 ‘간사한 구청 계장’ 역을, 이해영이 수남의 남편 역을 맡아 영화 ‘명량’에 이어 이정현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감독: 안국진 ▲배우: 이정현 ▲장르: 잔혹·코미디 ▲8월 1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유주경 기자 willowind@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