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사당하는 문화관광해설사들
2015-08-18 이기준 기자
충남 문화관광의 얼굴에 시름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KTX 호남선 개통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뒤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지역 문화관광해설사의 업무량이 한계점에 도달한 탓이다.
지자체마다 축제도 많아져 근무시간(오전 10시∼오후 5시) 외 활동까지 생겼다. 민간 여행사의 여행상품까지 해설사에게 전가되는 곳도 있다. 한 지자체의 경우 지역 숙박시설 투숙객 관광에도 해설사들이 동원되고 있다. 해설사 A씨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니까 민·관 협업의 입장에서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지만 부담이 가중되는 건 사실이다. 이렇게 자원봉사(문화관광해설) 여건이 악화되면 해설 서비스의 품질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해설사 증원에 대한 갈증이 비롯된다. 수요는 많아졌지만 해설사 수는 그대로 이거나 되레 줄었다. 충남 문화관광해설사는 지난해 말 142명이었지만 최근 6명이 감소했다. 관광객이 많은 공주의 경우 18명 그대로이고 부여는 최대 17명까지 활동했다가 최근 3명이 줄었다. 공주와 부여는 각각 3명과 4명을 증원할 예정이지만 교육 이수 후 정상적인 활동까진 적어도 1∼2년이 소요된다는 걸 감안하면 당분간 이들 지역의 업무 과부하는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 과정에서 이탈하는 사례도 있어 증원계획이 100%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사기진작 차원에서 해설사에 대한 지원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다. 지자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현재 해설사에겐 대략 하루 4만 원 정도의 활동비(식비와 교통비)가 지원되는데 제도 도입 이후 10여 년간 1만 원 정도 인상됐다. 하루 종일 서비스를 해야 하는 시티투어의 경우 활동비(약 7만 원)가 조금 더 지급되지만 일부 지자체의 경우 이 같은 배려가 없는 곳도 있다. 해설사 B씨는 “자원봉사를 하는 입장에서 활동비 문제를 거론하는 게 쉽지는 않다”면서도 “현재 활동비가 해설사의 의욕을 뒷받침하거나 고취시킬 수 있는 수준인지, 문화관광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상황에 걸맞은 수준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다. 전반적인 의견 수렴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