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국의 우리말 우리글]‘잘 모르구나’ 바른말?

2015-09-07     윤성국

‘전공이 아니라 수학은 잘 모르구나’, ‘오늘은 아빠가 야근을 하구나’, ‘어릴 때 헤어져서 지금까지 엄마를 애타게 찾구나’

흔히 ‘모르구나, 하구나, 찾구나,’등의 표현을 쓴다. 그러나 이것은 ‘구나’의 성격과 단어의 품사를 잘 알지 못해서 비롯된 것이다. 위 예문은 ‘수학은 잘 모르는구나’, ‘아빠가 야근을 하는구나’, ‘지금까지 엄마를 애타게 찾는구나’처럼 써야 바른말이다.

‘구나’는 ((‘이다’의 어간, 형용사 어간 또는 어미 ‘-으시-’, ‘-었-’, ‘-겠-’ 뒤에 붙어)) 해라할 자리나 혼잣말에 쓰여, 말하는 사람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에 주목함을 나타내는 종결 어미이다. 흔히 감탄의 뜻이 수반된다. ‘오늘은 점심이 맛있는 한식이구나, 이곳 저녁놀이 참 아름답구나, 늦은 밤에 갑작스럽게 찾아와 많이 놀랐구나’처럼 사용한다.

그러나 ‘동사’ 뒤에는 ‘구나’를 붙일 수 없다. ‘동사’ 어간 뒤에는 '-는구나'가 붙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모르구나’ 대신 ‘모르는구나’, '하구나' 대신 ‘하는구나’, ‘찾구나’ 대신 ‘찾는구나’와 같이 활용해야 바른말이다. ‘철수가 1등으로 합격했는데 너는 잘 모르는구나, 몸이 좋지 않아 그런지 하루 종일 엄마를 찾는구나’처럼 쓰면 된다.

특히 ‘모르다’는 단어의 성격상 ‘동사’가 아니라 ‘형용사’인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어 ‘모르구나’를 사용하게 되는 배경이 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모르다’는 분명히 ‘동사’이므로 ‘모르는구나’로 써야 옳다.

추자도 낚싯배 전복 사고로 또다시 많은 사람이 사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세월호 사태 이후에도 정부는 무엇이 위험한지 잘 모르는구나’라는 비난의 소리가 들려온다. <본사 상무/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