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人]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을 주목한다

상무이사/총괄국장 이 영 호

2015-12-18     금강일보

“한 여름 가마 솥 더위에도 긴 소매 옷을 입어야만 했던 아이들이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로 이사와 인근 상곡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옷차림이 바뀌고 표정도 몰라보게 밝아졌다고 합니다.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나면서 더 이상 팔이나 다리를 가리지 않아도 됐기 때문일 것 입니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어린이와 가족이 이렇게 많은 지 미처 몰랐습니다. 입주 대기자가 줄을 섰습니다.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이 아토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합니다.” 최근 금산군청에서 만난 박동철 군수가 한 얘기다. 그는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금산군 군북면 상곡리에 자리 잡은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 조성은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고 한다. 2009년 어느 날 아토피를 앓고 있던 한 학생이 포천에서 상곡초등학교로 전학 오면서 시작됐다. 당시 상곡초는 학생이 줄어 폐교위기에 몰려 있었는데 도시에서 전학을 오니 이만저만 반가운 일이 아니었다. 반가운 마음에 당시 교장은 이 학생의 아토피 치유를 돕기 위해 벽을 황토벽으로 바꾸고 아토피 치유에 좋은 식물도 교실에 배치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학생의 아토피는 치유됐고 해당 학생은 포천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 학생은 아토피가 심해져 상곡초로 돌아왔다.

아토피 치유효과를 실감한 상곡초 교장은 금산읍 등에 현수막을 내걸고 ‘아토피 안심학교’를 홍보하기 시작했고 이를 본 금산군 한 공무원이 학교를 방문해 교장선생님과 의견을 나누면서 자연치유 마을의 밑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이 공무원은 상곡리가 청정지역인데다 초등학교도 있어 아토피 치유마을 조성 적지로 판단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 등에 응모해 9억 원의 예산을 확보, 9채의 황토치유방을 지었다. 금산군은 매년 예산을 편성해 현재 23채의 황토치유방을 건축했고 6채를 신축 중에 있으며 40채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황토치유방에 이주민들이 속속 들어오면서 가구 수가 크게 늘었고 주민수도 110여명에서 170여명으로 늘었다. 학생이 16명에 불과했던 상곡초는 56명으로 늘었고 지난 10월 신축 교사(校舍)도 완공했다. 교실도 금산군의 지원으로 아토피 치유에 도움이 되도록 편백나무 등 친환경 자재로 마감했다. 얼마 전에는 성남시와 협약을 맺고 투자를 받아 황토치유방 5채를 짓고 있으며 완공되면 성남시 아토피 환자도 받는 등 내실을 기하면서 외연도 넓혀가고 있다.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의 성공적인 정착은 아토피로 고통 받는 학생을 친 손자 손녀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한 교육자의 헌신적인 노력과 서대산 자락의 청정환경을 자원으로 인식하고 적절하게 활용한 공무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공장도 없고 관광자원도 없어 인구가 줄고 있다고 걱정만 하고 있었다면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경북 청송군이 최근 별 보기 좋은 지역에 선정됐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무공해 청정이미지가 큰 부가가치를 유발하고 있다. 지자체들도 앞 다퉈 별을 팔고 갯벌을 팔고 피톤치드를 판다. 도로도 없고 교량도 없어 수 십리를 돌아서 가야했던 오지가 각광받고 있다. 어제의 단점이 오늘은 장점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할 뿐이다. 학생을 사랑한 교장 선생님의 애틋한 마음과 공무원의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인적이 드문 오지를 활력이 넘치는 마을로 변모시켰다. 돌아오는 농촌 활기찬 농촌을 만들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아토피 자연치유 마을’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