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人] 학생도 이 나라 국민이다

김도운 세종충남본부 부국장

2016-03-24     김도운 기자

헌법을 살펴볼 일이 있었다. 막연하게 ‘모든 법에 우선하는 최고의 법’으로 ‘모든 법은 헌법의 범주를 넘어서 제정될 수 없다’라고만 알고 있었을 뿐 헌법의 내용을 살펴볼 일은 없었다. 기회가 있어 헌법 10조부터 22조까지 내용을 살펴보니 모든 국민이 누려야 할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적 기본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참으로 포괄적으로 국민의 권리를 보장해 두었다. 각 조항을 살펴보면 주권의 대상은 모든 국민이다. 여기서 영유아가 됐든 어린이나 청소년이 됐든 그들을 제외 대상으로 지목하지 않았다. 그러니 미성년자를 포함해 모든 국민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복추구권, 평등권, 기본권을 누리는 것이 맞다.

이 같은 헌법 정신을 생각해보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손쉽게 답을 구할 수 있다. 대전시의회 박병철 의원이 ‘대전학생인권조례’ 상정을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교원 및 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일부 종교단체가 나서 이를 저지하려는 강력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면 교권이 바로 서지 못하게 되고 그런 만큼 학생 생활지도가 불가능해진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는 성인들의 행복추구권, 평등권, 자유권적 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하고 학생들에게는 그런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래서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웃인 대전에서 이 같은 반대 움직임이 일어나자 내년 상반기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충남도 속도 조절에 나섰다. 김지철 충남교육감은 충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고, 이에 따라 취임 이후 조례 제정을 준비해 현재 초안을 만들어 놓은 상태이다. 충남교육청은 대전을 비롯한 타 지역에서 학생인권조례 제정이 난항을 겪는 상황을 지켜보고 학생인권조례의 외연을 확대해 학생뿐 아니라 교사 및 학부모 등 교육공동체 모두에 대한 인권 보호를 담고 있는 조례를 제정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한 상태이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불식시키고 균형감을 앞세우는 내용으로 조례를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시와 마찬가지로 험난한 행보가 예상된다.

헌법에서 보장한 권리를 학생들에게 안겨주자는 내용의 조례를 준비하는데 이처럼 높은 벽을 만날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모든 국민이 어린 학생들에게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찾게 해주자며 쌍수를 들어 환영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내 생각과 너무 달랐다. 학생에 비해 다수이고 강자인 성인들 중 상당수는 소수이고 약자인 학생들에게 기본적 권리를 부여하는 일이 사회에 해악이 될 수 있다며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막아서고 있다.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는 양보가 없으면서 약자들의 권리를 찾는 일에는 반대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지난해 5월 대법원은 교육부장관이 전라북도의회를 상대로 낸 학생인권조례 무효 확인 청구소송에서 워고 패소 판결을 내려 학생인권조례의 정당성을 입증해 보였음에도 여전히 제정 반대 움직임이 조직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은 헌법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학생들은 언제나 감시와 통제의 대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발상은 지극히 전근대적이다. 학생들도 이 나라의 국민이고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주권을 누려야 하는 당당한 주체이다. 어리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은 성숙되지 못한 생각이다. 우리 스스로는 국민 누구나 주어진 권리를 마음껏 누리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나 국제사회에서 바라보는 한국의 인권 수준은 바닥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득만 올라간다고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가 동등하게 국민의 권리를 평등하게 누리는 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다. 그래서 학생인권조례는 서둘러 제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