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人]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윤성국 상무이사/편집국장
2016-05-26 윤성국 기자
우리는 상식을 벗어난, 마치 궤도를 이탈한 듯한 괴이한 사회의 편린들을 너무 많이 목격하게 되고, 이로 인한 충격으로 삶의 의미마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잔혹한 살인과 폭력이 이어지고, 서로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도 기꺼이 폭력과 테러에 가까운 날선 비난을 퍼부으며 사회 갈등을 유발하는 극단의 무리들을 발견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이 참혹한 사건으로 많은 여성은 물론 국민적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도 피해 여성추모 행사장은 물론 인터넷 등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여성혐오가 연발했다. 추모행사에 함께한 여성들에 대한 폭언과 노골적 시비, 입에 담기 민망한 험한 비난 글은 다름의 인정에 인색한 불통의 사회가 처한 병세를 거듭 확인시켜 주었다.
취업난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원인으로 돌리며, 여성에 대한 악감정을 드러내는 남성도 있다. 한정된 자리를 서로 다퉈야 하니 여성 취업이 늘수록 당연히 남성의 취업난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여성들에 대한 악감정을 송곳니 세워 드러내고, 혐오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 않은가.
주지하다시피 남성의 사회 진출은 여성보다 더 많다. 2012년 기준 남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71.45%인 반면 여성은 49.25%다. 그러면 여성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은 남성들을 향해 혐오를 드러내고, 이성 간 대혈전이라도 벌여야 하는가. 말이 아니다.
이성을 폄하하고, 폭력의 희생물로 삼으려는 세상이다 보니 나와 다른 의견을 인정하지 못하고, 적대시하는 것은 일상이 돼버렸다. 좌우, 진보와 보수의 이념 대립으로 인한 사회갈등은 어느 나라보다 심각하고, 치유가 불가능해보일 정도다. 이런 흉측한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손실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건강한 사회는 다양한 사상과 의견이 자유롭게 개진되고, 진보와 보수의 적당한 대립을 통해 발전하게 되지만 나와 다르면 순간 모든 것이 부정되므로 사회 화합은 애초 불가능하다. 누구나 나와 다른 의견에 맞닥뜨리게 된다. 아예 그러지 않은 사회 속에 살고 있다면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그건 틀린 것이다.
사상과 이념은 물론 크기와 색깔, 모습 등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인정과 이해가 정말 필요한 때다. 그러면 우리는 감당하기 힘든 충격들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