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시대, 한국경제 3대 위협 요인은
①미·중 무역전쟁 ②달러 강세 ③한국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
2017-01-18 이기준
올 한 해 한국경제의 최대 화두 가운데 하나인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과 관련, 대한상공회의소가 향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8일 빅터 차(Victor Cha) 미국 CSIS(국제전략문제연구소) 석좌교수 겸 조지타운대 교수와 매튜 굿맨(Matthew P. Goodman) CSIS 수석연구원을 초청한 가운데 ‘트럼프 시대, 한국 경제의 진로’ 세미나를 열고 주요 이슈에 대한 전망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빅터 차 교수는 ‘한미동맹의 전망’에 대한 주제발표를 통해 “북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미국과 공통의 관심사를 공유하는 우방과 그렇지 않은 비우방의 구분이 명확해질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의 정치적 위기는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 동맹의 국방·대북 억지력 강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미 동맹은 지역 내 군사적 자산의 풍부한 증강을 필요로 한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속도를 높이고 한반도에서의 확장된 억지력 강화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의 대북 제재도 계속될 것이라고 빅터 차는 전망했다. 그는 “대북 제재의 목적은 북한의 붕괴에 있지 않다. 비핵화 약속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의 일부분”이라며 “인권문제로 북한을 계속 압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튜 굿맨 수석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 새 정부의 경제정책 전망’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한·미 FTA는 미국 선거기간 트럼프 당선자의 타깃이 됐던 게 사실이지만 재협상으로 가기에는 NAFTA 등에 비해 정책 우선순위가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한국 경제가 당면한 3대 위협요인으로 미·중 무역전쟁과 달러 강세, 한국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는 IMF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중국 경제 성장률이 1% 포인트 감소하면 한국 GDP는 0.5% 포인트 감소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해 공급체인이 손상되면 한국은 적지 않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달러 강세 현상에 따른 자본 이탈과 한국 환율 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추가 위협요인으로 언급했다.
주제발표에 기초한 국내 전문가들의 토론도 이어졌다. 송의영 서강대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감세와 인프라 확대 정책으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며 “결국 가계부채와 한계기업 증가 문제에 직면해있는 한국도 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는 “당장 한국에게 큰 통상공세 압박이 밀려오지 않을 것으로 예측을 하더라도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며 “환율 조작국 지정, 한미 FTA 재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공세는 언제든지 시작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정부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의 리더십이 국익과 직결된다는 인식을 갖고 아시아에서의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 동맹국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아시아 개입 정책을 펼쳐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기준 기자 lkj@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