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 원룸촌 '쓰레기와 전쟁'

2017-02-26     이준섭 기자
▲ 지난 24일 오후 대전 모 대학 원룸밀집지역 골목에 무단으로 투기된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원룸 골목마다 무단으로 버려진 쓰레기 때문이다.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인 상황에서 원룸가 골목은 365일 쓰레기장화(化)된 지 오래다.

지난 24일 대전 모 대학 인근 원룸 밀집지역을 찾았다. 골목마다 쌓아놓은 쓰레기들이 눈에 띄었지만 종량제 봉투에 배출한 쓰레기를 찾긴 어려웠다. 대부분 일반 비닐봉지에 버리거나 먹다 남은 배달음식은 그릇 채 방치돼 있었다. 들여다본 봉지 안엔 각종 오물과 분리배출이 필요한 재활용 페트병까지 다양한 잡동사니들로 가득했다. 때마침 인근을 지나던 지역주민 김 모(52) 씨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참 지긋지긋하다”며 “지금은 그나마 겨울이라 다행이지만 여름만 되면 음식물 냄새가 말도 못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원룸에 사는 많은 이들이 무단투기를 일삼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무단투기가 잘못된 것을 알지만 귀찮아서 그냥 버리거나 ‘이미 다른 사람들도 무단으로 버리는 데 나 혼자 열심히 분리수거·재활용해서 버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생각 탓이다. 대학생 신 모(24) 씨는 “분리배출의 필요성은 알고 있지만 귀찮아서 계속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가 계속되자 해당 구청에선 CCTV를 설치했지만 무용지물이었고 오히려 야음을 틈타 쓰레기를 투기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설사 CCTV에 적발되더라도 투기한 사람을 찾긴 쉽지 않다. 원룸에서 자취를 하고 있는 대학생 구 모(26) 씨는 “지난 연말 무심코 이름이 적힌 수업자료를 버렸다가 적발돼 학교에 구청 관계자가 찾아와 과태료를 냈다”며 “창피하기도 하고 이건 아니다 싶어 지금은 올바르게 버리려고 노력하는 편이다”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의 민원도 계속되고 있다. A 구청의 경우 쓰레기 무단투기 관련 민원이 한 달에 20~30건, 1년에 200여 건이 접수되고 있다. 구 관계자는 “민원이 계속돼 쓰레기를 치우지 않을 수도 없고, 홍보·계도활동도 수시로 진행 중이지만 그때뿐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의식의 변화다”라고 말하며 쓰레기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해선 시민의식의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A 구청에선 원룸 건물주는 물론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투기 근절을 위한 홍보와 함께 수시 단속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쓰레기 불법 투기 시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올바른 쓰레기 배출을 위해 일반쓰레기는 종량제 봉투, 음식물쓰레기는 전용 수거용기에 담아 납부 필증을 부착, 지정된 장소에 둬야 한다. 재활용품의 경우 종류별로 분리해 투명봉투에 담아 배출하면 된다.

글·사진=이준섭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