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들여 받는 예비군 훈련

2017-03-28     이준섭 기자

 

예비군훈련 시즌이 도래한 가운데 예비군 훈련수당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국방의 의무 차원에서 접근됐던 훈련수당에 대해 ‘이게 과연 합당한가’라는 의문을 갖기 시작한 거다. 이 같은 의문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훈련수당=애국페이’라는 비아냥도 나온다.

올해 국방부 예산안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예비군이 받는 훈련수당은 1인당 평균 1만 3000원 꼴이다. 그러나 예비군 1명이 훈련을 받을 때 지출하는 비용은 평균 2만 2190원(교통비 1만 3210원, 식비 8980원)에 이른다. 이 비용은 국방부가 2015년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얻은 통계치다. 산술적으로 예비군은 약 1만 원의 사비를 지출해가며 훈련에 참가하는 셈이다.

그동안 예비군 훈련 수당에 대한 불만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 중 예비군들이 꼽는 가장 큰 문제는 현실성 없는 교통비다. 전국 예비군 훈련장 187곳 중 교통비 수당(예산) 6000원 범위에서 이동 가능한 훈련장은 86곳에 불과하다. 특히 버스노선이 아예 없거나 정류장과 멀리 있어 택시를 타야하는 훈련장이 42곳에 달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1만 원 정도를 지출해야 훈련장에 도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류장과 거리가 있는 곳에 위치한 대전지역 5개 구의 예비군 훈련장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구에서 훈련을 받는 박 모 씨는 “대중교통을 이용해 훈련장에 가는데 지금 교통비로 받는 수당은 너무 적다”며 “사실상 내 돈 주고 훈련을 받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비역들이 불만을 갖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식사비다. 요즘 훈련장에선 본인이 원해 결식을 하면 식사비를 수당으로 주던 기존과는 새삼 다른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작계훈련에 ‘급식훈련’이 시행되면서 식사비 명목의 수당 대신 도시락이나 인근 식당을 이용해 의무 급식을 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식사비 6000원도 받기 어려워진 예비역들의 불만은 더 커진 상황이다.

이 같은 예비군들의 불만 탓에 훈련 수당을 현실화하자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최근 예비군·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기존 실비변상 외 실제 훈련시간을 최저임금 기준으로 계산한 보상비를 별도 지급하는 조항을 신설했다. 구직과 생업에 짓눌려 돈 한 푼이 아쉬운 민간인 신분의 예비군들이 자비를 내고 훈련에 참가하는 불편한 현실을 이번 기회에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다.

물론 재정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해 훈련 수당을 지급할 경우 2018년 기준 1900억 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는 국회예산정책처 추계 분석 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재원 문제로 현행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청년의 열정으로 저임금을 감내하라는 악덕 업주의 논리와 같다”며 “열정페이도 모자라 애국페이까지 감내해야 하는 청년들을 위해 국가가 최소한의 책임은 이행하자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라며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준섭 기자 ljs@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