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人] 끊어야 할 불행의 역사
이석호 내포취재본부장
2017-03-30 이석호 기자
2017년 3월 10일은 대한민국 역사에 특별한 날로 기록되고 있다. 헌정 사상 최초로 현직 대통령이 파면되는 역사적 오점을 남긴 날이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어두운 과거가 이어져 오기는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재임 중에 탄핵이 인용되는 불행의 역사는 없었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시절에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는 했어도 탄핵이 인용되지는 않았다. 헌정사에 초유의 오점을 남긴 불행한 역사는 앞으로 두고두고 사가(史家)들의 입방아에 오를 것이 뻔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을 법치국가로 다시 서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 받은 권한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사용되지 않았기에 흔들린 법치를 탄핵 인용으로 바로 세운 것이다. 군주민수(君舟民水)의 진리를 통해 주권자의 힘을 보여줌으로써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이 대통령의 권한이 아닌 국민의 권한이라는 점을 일깨워 줬다. 대통령은 국가와 국민,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데 추호의 흔들림도 없어야 함도 환기시켰다.
제살을 도려내는 고통의 과정에서 우리 국민들은 깊은 상처 못지않게 값진 교훈도 얻었다. 보수와 진보, 좌익과 우익의 진영 논리에 매몰돼 숲을 보지 못한 ‘선택적 오류’가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알게 됐고, 법치를 경시하고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저버리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오만과 독선, 아집과 불통이 아니라 협치와 통합의 국가 운영이 필요함도 다시금 인식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것이 대통령 파면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얻은 학습효과였다.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대통령이 파면당하는 불행의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어서는 안된다. 국격을 바닥까지 추락시킨 국정농단 같은 전대미문의 사건도 없어야 함은 물론이다. 불행한 역사가 다시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의 미래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것은 명약관화하다. 대통령 파면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국가의 명운을 가를 39일 후의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 이유이다. 호시우보(虎視牛步)의 자세로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무보다 숲을 보는 선택을 한다면 역사에 오점을 찍는 일은 재발되지 않을 것이다. 반복되는 불행의 역사를 끊을 주인공은 바로 국민이다.
이석호<내포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