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작업실, 602호] 빌딩숲을 누비는 거미인간

스파이디의 귀환, 3명의 '스파이더맨' 어떻게 다를까

2017-07-01     박동규 기자
(왼쪽부터)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 톰 홀랜드

스파이더맨 탄생 55주년 기념작이자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3페이즈 중 4번째 작품인 스파이더맨:홈커밍이 7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수십년만에 소니픽쳐스가 배급, 판권 등의 권리만 남기고 마블에게 영화제작을 넘겨버리면서 아이언맨, 닥터 스트레인지, 어벤져스 등 MCU의 쟁쟁한 히어로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며 앞선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와 마크 웹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이번주는 각기 다른 스파이더맨 작품들의 차이점을 비교해 볼까 한다.

 

역대급 명장면으로 회자되는 스파이더맨 토니 파커와 M.J. 왓슨의 거꾸로 키스신

# 찌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1. 샘 레이미·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나는 누구인가?(Who am I?)”

2002년 5월 첫선을 보인 스파이더맨은 주인공 피터(토비 맥과이어)의 독백같은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그리곤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알듯말듯한 대사로 끝맺는다.

숙맥에 가까운 평범한 학생이 갑자기 초능력 ‘거미인간’이 돼 초고층 빌딩 숲을 날아다니며 악당과 사투를 벌이는 그였지만, 한꺼풀 벗겨보면 학자금과 집세를 고민해야 하는 찌질함, 궁상맞음, 슬픔,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원작의 스파이디를 가장 잘 담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원작재현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것이지 만화를 그대로 옮겨온 것은 아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웹 슈터. 원작만화에서는 거미줄을 웹 슈터라는 기계를 통해 내뿜는 반면에 영화에서는 ‘손목에서 자체적으로 거미줄이 나온다’는 설정을 따르고 있는데 이것은 레이미 이전에 감독으로 내정돼 있던 제임스 카메론의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3편의 빌런 샌드맨이 벤 삼촌의 죽음 현장에 있었다는 설정 역시 샘 레이미만의 독창적인 재해석으로 볼 수 있다.

3부작 총합 26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박 수익을 올린 샘 레이미 감독은 4편의 제작에도 상당한 열의를 가지고 있었지만 제작사인 소니와의 불화로 결국 3편을 마지막으로 자진하차하고 만다.

 

메인빌런 일렉트로와 뉴고블린이 강렬하게 등장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포스터

# 당당해진 스파이디, 미모는 덤

2. 마크 웹·앤드류 가필드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부작

감독과 제작사의 불화로 결국 5년만에 리부트된 작품으로 마크 웹 감독과 앤드루 가필드라는 ‘새로운 피’로 무장한 채 스토리를 원점에서 다시 보여준다.

‘가필드판(版) 피터 파커’는 전작들의 ‘맥과이어판 피터’보다 더 훤칠하고, 그리 소심하거나 궁상맞거나 어둡지 않다. 자신의 복면을 벗어 던져 정체를 밝히기도 하고 자신을 잡으려는 경찰 앞에서 잘난 척까지 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절대 굴하지 않고 시종일관 현란하게 나불대는 말빨과 입담의 매력에 전작에서의 진중함은 다소 아쉬웠다는 평도 상당했다.

또 ‘손목에서 자체적으로 거미줄이 나온다’는 기존 영화 시리즈와는 달리, 초기 스파이더맨이 웹 슈터를 만들어 사용하던 설정을 그대로 따왔다. 물론 코믹스에서는 피터가 혼자서 뚝딱 웹 슈터를 만들어냈지만, 이 작품에서는 오스코프사의 기술을 응용해서 제작했다.

액션 장면의 카메라 움직임이나 연출이 기존 시리즈에 비해 파격적으로 변했다. 360도 회전의 고공 액션이나 1인칭 시점 샷으로 찍은 활공 장면은 시원하고 아찔하다. 카메라를 격렬하게 이동시키며 각도에 자주 변화를 주기 때문에 속도감이나 입체감이 뛰어나다는 평가와 함께 ‘피터 파커’는 못 살렸어도 ‘스파이더맨’은 제대로 살려냈다는 평도 있을 정도.

2편의 수익이 전작보다 1억달러 이상 감소하며 저조한 성적을 보이자 소니는 결국 마블과의 협업을 통한 리부트 결정, 잠정보류됐던 3·4편의 제작은 취소, 앤드루 가필드도 하차했다.

 

스파이더맨과 아이언맨을 한 영화에서 보는 것 자체만으로 즐겁지 아니한가

# 상큼발랄 10대 청소년, 영웅이 되다

3. 존 왓츠·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 : 홈 커밍'

홈 커밍(Homecoming) 즉 ‘귀향’이라는 타이틀은 ‘스파이더맨’의 리부트, 수십년만에 마블로의 귀환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홈 커밍'에서의 스파이디는 토비 맥과이어,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한 그것보다 연령대를 좀 더 어리게 잡아 유머러스함과 영웅으로서 고뇌, 책임감이라는 주제 의식 등을 색다르게 묘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수트와 장비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가 특수제작한 수트는 스타크사의 첨단 기술이 도입돼 체형에 맞춰 자동으로 사이즈가 조절되고 양팔과 몸을 잇는 날개 ‘웹 윙’이 생겨 일시적인 비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스파이더맨 심볼 안에는 거미 모양의 미니 드론이 숨겨져 있어 도시 곳곳을 누비며 정보를 입수하는 일종의 정찰기 역할을 한다고 한다.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인공지능 시스템 ‘캐런’이 탑재돼 스파이디의 일거수일투족을 돕기도 한다.

'홈 커밍'에서는 기존 스파이더맨 영화들과 달리, 화려한 악당 라인업을 자랑하고 있다.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 악당 벌처가 이번 영화의 메인 빌런. 실제 독수리처럼 깃털 달린 코스튬을 착용했던 원작 만화 속 모습과 달리, 추진용 로켓과 날개가 달린 최첨단 비행 수트로 무장하고 있다. 강력한 충격파를 일으키는 특수 장갑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쇼커, 벌처의 비행 수트와 관련된 블랙마켓의 전설적인 무기개발상이자 매드사이언티스트 팅커러 등 원작 만화 속 악당도 새롭게 얼굴을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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