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용철의 벧엘이야기] 15차 캄보디아 해외협력 캠프를 다녀와서
2017-09-20 금강일보
이번 15차 세계의 심장 캄보디아 의료봉사활동의 중요한 의미 중 세 번째는 쇠사슬로부터의 해방운동(CHAIN-FREE MOVEMENT)의 본격적인 시작이다. 사실 이 운동은 이미 2015년 6월부터 시작된 정신보건활동으로 이 운동을 이끌어가고 있는 사람은 세계의 심장 상임이사이자 수원 행복한우리동네의원의 정신과 전문의 안병은원장이다. 안원장은 지난해부터 격월로 캄보디아 깜퐁츠낭으로 날아가 조현병 등의 중증정신질환자들과 뇌전증(간질) 환자를 중심으로 꾸준히 진료활동을 펼치고 있다. 처음에는 프사헬스센터, 캄퐁츠낭 시에 위치한 썸머라홍 정신건강증진센터, 깜퐁렌지역 등을 중심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쭐끼리, 깜퐁뜨롤락 등을 더해 6개의 시.군으로 늘려 매번 순회하며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한번 시작하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지경은 넓어지게 마련이다. 처음에는 쉽게 접근이 가능한 지역을 순회하며 환자들을 돌보다가 올해부터는 센터에서 배를 타고 2시간 가까이를 가야하는 오지마을까지 확대된 것이다. 지역을 확대한 것은 자신의 의지라고 할 수 있겠지만 그 지역에서 만난 환자들은 이미 한국에서는 사라진 발목에 쇠사슬이 채워진 중증질환자들이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CHAIN-FREE MOVEMENT이다. 환자 보호자들에게 약만 잘 먹으면 쇠사슬에 묶어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고 묶여있는 환자들을 인격을 가진 건강한 사람으로 세워내기 위한 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CHAIN-FREE MOVEMENT는 1793년 인간 동물원으로 유명했던 프랑스의 비세트르 병원에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쇠사슬에 묶여 생활하는 것을 보고 “환자에게도 인격과 인권이 있고, 이것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환자들의 쇠사슬을 풀어주기 시작한 것에서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깜퐁츠낭 정신보건 의료진에게도 정신질환자들을 무조건 가두고 감금하는 것을 넘어 체계적인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갖가지 정신보건 관련 지식들을 전수하여 환자들을 인격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어쩌면 그의 이런 행동은 무모하게 보일 수도 있다. 아직 정신보건의 개념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나라에 하루살이에게 내일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폭력적일 수도, 뜬구름 잡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중증정신질환자들을 한 인간으로 세워내기 위한 정신과 의사로서의 길을 오늘도 가고 있는 것이다. 샬롬. (다음 주에 계속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