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뒤통수 맞은 세종시
2017-10-31 서중권 기자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은 만삭의 징조로 ‘출산’의 때를 기다려 왔다.
궤를 같이 한 정부는 자치분권 과제 및 지방이양 사무과제를 천명했다. 세종시를 국토균형발전의 축으로 삼겠다고 꼭 집었다. 세종치와 제주도를 연방제 수준의 자치분권 시범 지역으로 선정한 것이 그것이다.
그로부터 3개월여 뒤인 지난 10월 26일. 정부는 여수에서 열린 지방자치의 날 행사에서 지방분권형 개헌을 골자로 한 자치분권 로드맵을 발표했다.
5대 분야 30대 과제를 내놓았다. 이른바 10·26대책에는 그렇게도 출산을 고대했던 세종시의 ‘옥동자’는 쏙 빠졌다. 핸정수도 완성의 의지는 30대 과제 어느 정책에도 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쌍둥이’로 지목됐던 제주도는 추진과제로 이뤄졌다. 제주도에 관광과 환경, 산업, 재정 등 핵심정책결정권을 이양해 ‘자치분권 모델도시’ 역할을 맡게 했다.
문 대통령이 의지를 담은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에서 세종시가 제외된 것이다.
따라서 제주도는 자치경찰 제도를 도입을 추진, 맞춤형 치안서비스를 갖추고 유아 및 초·중등 교육 권한을 시·도교육청에 이관할 수 있는 정책을 펼 수 있다. ‘제주도 정부‘라 할 수 있는 권한이 쥐어졌다.
이날 발표한 정책은 행정안전부에 이어 문 대통령의 언급에도 세종시가 빠졌다는 것이 더욱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적지 않은 실망감에 지역정가는 물론 세종 민심이 술렁이고 있다.
분명 10·26발표는 세종시민을 헷갈리게 하는 대책이다. 시쳇말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표현이 알맞다.
이 같은 맥락에서 새 정부 출범 초기 이낙연 국무총리의 부정적 발언이 회자되고 있다. 이 총리의 행보에서 정부의 ‘낌새’가 도마 위에 오른 셈이다.
이 총리가 처음 세종정부청사에서 주재한 ‘세종시 지원위원회’와 최근 가진 언론인터뷰 등에서 밝힌 담화에서 부정적 시각을 읽을 수 있다. 물론 이때마다 이 총리는 ‘손 사례’를 쳤지만 명쾌한 해명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태도에 지역정가는 ‘약속파기’의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경계의 눈초리다.
결국 문 정부 출범부터 잉태한 행정수도 개헌 등 ’지방분권‘을 향한 행정에너지가 소멸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물론 정부도 행정수도 완성과 관련한 개헌 등 고민스런 입장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을 의식해 계산서를 두드리는 ‘정략’으로 비춰지는 것은 유감스럽다.
현 정부 출범부터 ‘지방정부’의 최대 축으로, 중심에 서 있던 세종시가 어느 새 쏙 빠졌다.
‘뒤통수’를 맞은 세종시민. 정부가 치료방안을 내놓지 않을 경우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세종=서중권 기자 0133@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