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숙의민주주의, 탈원전 공론화로부터 배워야

인천국제고등학교 이서영

2017-11-11     금강일보


그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오갔다. 그리고 지난 20일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 참여단이 많은 논의를 거친 끝에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재개하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정부는 숙의결과에 따라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재개하되, 탈원전 정책은 지속해서 추진키로 했다. 지난 24일에는 원전의 단계적 감축과 재생에너지 확대 등이 주 내용인 에너지 전환(탈원전) 로드맵이 확정되었다. 신고리 원전 건설 재개가 결정된 것은 아쉽지만, 이번 공론화는 숙의민주주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숙의민주주의란 시민들의 숙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민주주의 형식이다. 이는 사회의 구성원들이 모여 중요 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과 토의과정을 거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여론조사나 투표와는 다르다. 이번 공론화에서는 시민들이 이와 같은 숙의 과정을 거쳐, 그것도 과학기술전문가의 의견만이 집중되었던 분야에서 시민들이 일종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물론 공론화 과정에 대해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공론화위원회에서 시민참여단 선정 방법이 달랐더라면, 인구 구성이 더 젊은 연령층을 대상으로 했더라면, 숙의결과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이해관계와 생명을 다룬 사안에 대해 시민이 직접 참여하고, 치열하게 논의한 결과가 의사결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전문가에 의해 일방적으로 운전되는 사회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가 바로 우리가 원하는 사회이다.

앞으로 특히 과학기술 분야에 있어 숙의민주주의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가습기 살균제, 살충제 달걀 등 이미 시민은 위험을 겪어왔지만, 시민의 의견과 참여는 전문가의 특권적 지위에 밀려 소외되었었다. 이제는 조금 느리고 어려운 길일지라도, 시민의 숙의가 직접적으로 반영된 정책 결정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정부의 정책 실행에 대한 책임 회피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탈원전 정책이 숙의 과정 속에서 드러난 여러 의견과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하여 추진되기를, 그리고 이를 시작으로 숙의민주주의가 대한민국에 정착되기를 바란다.

<인천국제고등학교 이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