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소년법 폐지에 대한 역설

부산대학교 조민정

2017-12-11     금강일보

2017년 3월 29일, 인천광역시 연수구 동춘동에서 고등학교를 자퇴한 만 16세 김 모 양이 만 8살인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을 유괴, 토막 살인한 사건이 발생하여 모두를 분노케 했다. 주범이었던 김 모 양은 17세, 즉 미성년자인 이유로 징역 20년을, 공범이었던 박 모 양은 18세로 무기징역을 받았다. 얼마 후 2017년 9월 1일, 부산광역시 사하구에서 재학 중인 중학생 4명이 인근 중학교 2학년 학생을 폭행해서 끔찍한 상해를 입힌 뒤에 지인인 선배에게 자랑거리 삼아 SNS로 사진과 관련 내용을 보낸 뒤, 사건이 공론화되자 가해자들은 소년법이 방패라도 되는 듯 당당히 SNS에 소년법 관련 글들을 올려 격분을 샀다. 청소년들의 연이은 극악무도한 범죄 이후로 소년법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고, 많은 사람들이 소년법 폐지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다수 사람들이 설파하듯이 과연 소년법은 어린 흉악범들을 감싸주는 법의 울타리로 밖에 작용하지 않는가? 이러한 일들을 기저로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이 정당한가?

 소년법이란, 반사회적 환경에 놓여 있는 소년법상의 소년을 처벌보다는 교정을 우선순위로 하여 특별한 지위를 수여한 법률이다. 소년법은 만 18세 미만은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없고, 만10세~만 19세 소년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아니면 일반 형사법정이 아닌 가정법원 소년재판부에서 재판을 받는 시스템으로 구축되어 있다.

 소년법이 적용되는 대부분의 사례는 강력 범죄가 아닌, 실수나 청소년기의 방황, 미숙한 마음에 의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룬다. 실제 판결들을 보면, 초등학생 아이들이 누군가가 벗어 놓은 점퍼에서 1000원을 꺼낸다거나 초등학생 아이가 장난으로 소화기를 차에 뿌려 손괴죄로 입건되는 것들도 소년법으로 처리 된다. 실제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2016년 소년 범죄는 8만7403건으로, 이중 절도가 28.8%로 제일 많고, 성범죄가 3.7%, 살인·강도·방화 등 ‘흉악범’은 0.5%수준이다. 흉악범의 비율은 2011년에는 1.1%였지만 2012년 0.8%, 2013년 0.7%로 오히려 감소 추세에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성범죄자를 포함한 흉악범 비율 4.2%가 소년법 적용을 받는다고 이들의 범죄를 위의 사건들과 동일 시 하는 것도 성급한 일반화일뿐더러, 위 사건들의 범인들이 부당한 판결을 받았다고 하여 이들에게 내려지는 판결 또한 부당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소년법이 적용되는 범죄, 특히 청소년들의 범죄 원인은 결코 자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경찰청이 낸 2016년 경찰범죄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미성년범 7만 5757명 중 50.4% (3만 8173명)가 경제적, 생활수준 적으로 하류층이었으며, 상류층인 미성년범죄는 0.8%(601명)에 불과했다. 그리고 가정의 구성원으로도 부모가 없거나 친부모가 아닌 가정에 있는 미성년 범죄자가 5만 6612명으로 전체의 68.1%를 차지했다. 과연 사회, 혹은 우리가 이들의 범죄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 청소년들의 교화와 보호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무시한 채 그들의 비행을 순전히 그들의 탓으로 돌려 성인과 동등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이 과연 우리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가 아닌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소년법을 폐지한다고 미성년, 청소년 범죄가 사라지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 2007년 소년법 적용 상한 연령 20세를 19세로 낮추고, 처벌 제외 연령도 12세에서 10세로 낮추는 내용의 소년법 개정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에 소년범의 숫자와 미성년 범죄율은 개정 전과 대동소이 했으며, 재범률은 오히려 상승하였다. 이렇듯 우리는 미성년 범죄와 청소년 폭력의 문제가 소년법 폐지로 해결될 수 없음을 이미 2007년에 유사한 사례로 경험했다. 현재 학교 안 혹은 사회 속의 학교 폭력과 청소년 폭력이 과도기적 일탈로 치부되며 아직까지 대처가 미 흡한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처벌만을 무조건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형벌주의를 중심으로 한 형법체계는 실제 범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오히려 가로막는다. 우리와 사회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묻지 않고 더 강한 처벌, 예외 없는 법집행을 외치며 가해자에게만 모든 책임을 전가한다. 이러한 차갑고 무자비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파생되는 소년범과 청소년 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지금까지 소년법 폐지의 반대 급부에서 역설해보았다.  물론 요즘 소년법의 한계를 노출시키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사건에 대한 분노와 답답함에 소년법의 존재 이유가 퇴색되지 않는지, 우리와 사회가 가지는 소년범에 대한 교화와 그들에 대한 보호의 의무를 잊고 있지는 않는지 다시 한 번 톺아보아야 한다. 또한 청소년들이 범죄로 빠지는 길목은 점검하지 않고, 단순히  그들을 가해자 혹은 범죄자로 묶어 처벌 강도만을 높이는 것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편리한 방식이 아닌지 계속해서 고민하여야 한다. 이러한 성찰 아래, 소년법은 우리 주변의 모든 청소년들을 지켜주는 울타리로 생각하는 것이 타당하며, 지극히 당연하게도 소년법을 폐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토파하는 바이다.

<부산대학교 조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