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물부족의 새로운 대안, '햇빛 정수기'
연세대학교 정혜진, 박하정, 최가현
아침에 일어나면 마시는 물, 운동 후에 마시는 물, 편의점에서 구매하는 물.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많은 양의 물을 쉽고, 간편하고, 빠르게 섭취하고 있다. 신체의 약 70퍼센트가 물로 구성되어 있는 인간으로서 이러한 물의 섭취는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사소한 갈증조차도 해결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의 사람들이다. 아프리카는 극심한 물부족을 겪고 있는 국가로, 그 해결이 필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우리는 그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적정기술’ 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게 되었다.
- 놀이기구를 이용한 수자원 확보-play pump
아프리카의 부족한 수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정기술은 다양한 방면으로 고안되어왔다. 그 중 물론 실패사례도 있다. 플레이 펌프(play pump)와 라이프 스트로우(life straw)는 대표적인 적정기술의 실패사례다. 플레이 펌프는 놀이기구에서 착안된 기술로, 아이들이 회전목마 형식의 놀이기구를 돌리면 그 힘이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데 사용되어 필요할 때마다 물을 이용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술이다. 그러나 모든 실패에는 이유가 있듯 플레이 펌프에도 큰 결점이 있었다. 바로 효율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다. 2500명의 주민들의 하루 권장 물 소비량인 15L를 충족하기 위해선 플레이 펌프가 하루 27시간 쉬지 않고 돌아야 한다. 하루는 24시간 이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수치다. 또한 플레이 펌프는 돌아가는 힘의 상당부분을 물을 끌어올리는 데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가 증가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의 일명 ‘뺑뺑이’처럼 회전력을 이용하는 기구와 달리, ‘놀이’기구로서의 기능이 전혀 없던 것이다. 즉 플레이 펌프는 그럴싸한 계획만 존재했던 실패한 적정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 휴대용 빨대 정수기-life straw
라이프 스트로우는 더러운 물을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바로 정화시켜주는 빨대로, 가장 널리 알려진 적정기술이다. 실제로 많은 아프리카의 부족이 이 라이프 스트로우로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이 라이프 스트로우는 왜 실패한 적정기술일까? 바로 가격 때문이다. 라이프 스트로우 한 개의 가격은 20달러로 상당히 비싸다. 때문에 아프리카의 모든 부족 모든 가정에 이를 공급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수자원 문제의 해결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 스트로우는 제한된 가정에 공급되었고, 이렇게 불균등한 재화의 분배는 아프리카에서 폭력과 범죄를 유발하여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심지어 죽는 결과를 낳았다. 라이프 스트로우라는 기술 자체는 굉장히 획기적이나 가격 한계로 인해 적정기술로서는 실패한 것이다.
- 이상적인 ‘적정기술’을 향한 발전-SODIS”햇빛 정수기”
그렇다면 적정기술은 실패사례만 있는 것이 아닌가? 과연 올바른 적정기술, 문제해결에 용이한 적정기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우리는 앞서 언급된 두 기술의 단점을 극복할 적정기술을 찾고자 노력하였다. 그 결과, 한 적정기술을 찾아냈다. 바로 SODIS(Solar Water Disinfection)라고 일컬어지는 기술이었다. 이 기술은 간단히 설명하자면 ‘햇빛 정수기’ 라고 할 수 있겠다. 우선 SODIS의 장점은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 있다. 이 기술의 원리를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 번째로 아프리카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은 겨우 패트병 하나를 구하는 것이다. 패트병을 구했다면 극심하게 혼탁한 물이 아닌, 고여있는 물 중 위의 물만 조심해서 병에 담아야 한다. 그 뒤 물이 담긴 패트병을 양철지붕을 찾아 단지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이건 앞서 언급했던 플레이 펌프나 라이프 스트로우보다 참신하지 않은데? 이걸 기술이라고 할 수는 있는건가? 특별한 기구나 과정이 들어가지 않았는데 물을 어떻게 정화시킨다는 거지? 여기서 우리는 ‘적정기술’의 특성을 설명하고 싶다. 적정기술 이란 그 지역과 시대, 상황에 맞춰 고안된 기술로, 예를 들면 맞춤형 양복처럼 상황에 맞춰진 기술인 것이다. 지금 당장 아프리카를 떠올려 보라. 넓은 초원과 낡고 작은 집. 가난하고 헐벗은 아이들이 떠오를 것이다. 과연 이 환경이 최첨단 기술을 제공할 수 있는가? 아니 하다못해 겨우 정수기 하나도 보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별한 기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적정기술이 할 일은 단 한가지다. 그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SODIS가 고안된 것이다. 이 용법은 단순히 태양복사열을 이용해 물을 정화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아프리카의 빈곤한 경제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또, 물을 얻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다. 단순히 물을 지붕위에 얹어 놓고 약 6시간동안 할 일 하면 된다. 이는 과거 물을 얻기 위해 경제활동을 포기하고, 교육의 기회를 버렸던 아프리카의 여성이나 아이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SODIS는 선진국에서는 거의 활용가치가 없는 하찮은 기술일지 모른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생명과도 직결된, 매우 중요한 기술이다. 이렇게 환경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기술이 ‘적정기술’ 인 것이다. ‘햇빛 정수기’는 그들에게 그 어떠한 기술보다 소중한 최고의 기술이 될 것이다.
<연세대학교 정혜진, 박하정, 최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