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대선 전 지펴졌던 충청대망론 불씨 완전 소멸

안희정 한순간 몰락…충청 정치 잔혹사 이어져

2018-03-06     최일 기자

‘충청대망론은 결국 헛된 망상이었나….’
대권에 가장 근접한 것처럼 보였던 충청의 기수가 하루아침에 파렴치범으로 전락, 19대 대선을 앞두고 지펴졌던 ‘충청대망론’의 불씨가 사실상 완전히 소멸됐다.


여야를 망라해 충청대망론의 주인공으로 물망에 올랐던 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했고,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은 현실정치에 뛰어든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스스로 무대에서 물러나면서 충청대망론 구현의 열망을 한 몸에 떠안았던 안희정 충남지사.

지난해 5·9 장미대선 정국에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뛰어들어 문재인 대통령과 맞서 2위에 오르며 차기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구축한 안 지사는 작년 말 3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임기를 채우겠다고 공언, 더 큰 도약을 위한 대권 플랜 가동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는 8월 전당대회의 당권 주자로 부각됐다.

하지만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그는 한순간 몰락했다. 40대 중반이던 2010년, 민선 5기 지방선거에 출마해 보수 진영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충남에서 첫 민주개혁세력 도백이 되는 영예를 안고 전국 각지에서 강연 정치를 하며 대권 수업을 해 온 안 지사가 ‘미투 열풍’에 힘입은 여비서의 폭로로 8년간 지켜온 도백 자리에서 쫓겨나면서 충청 정치 잔혹사가 지난해에 이어 2018년에도 지독스럽게 지속되고 있다.

2017년 겨울 대법원 선고에 따른 권선택 전 대전시장과 이승훈 전 청주시장의 직위 상실, 충남 홍성이 고향인 전병헌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의 뇌물수수 혐의불명예 퇴진, 대전 출신인 국민의당 최명길 의원의 당선무효형 등으로 시련기를 보낸 충청 정가는 올해 들어 친노그룹인 문용욱 세종시교육청 비서실장의 돌연사, 자유한국당 박찬우 의원(충남 천안갑)의 의원직 상실, 같은 당 권석창 의원(충북 제천·단양)의 항소심 당선무효형 등에 이어 임기 만료를 4개월여 앞둔 안 지사의 충격적인 낙마로 어수선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촛불혁명의 열기로 뜨거웠던 1년 전, 제1야당의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이었던 안 지사의 추락은 영·충·호(영남-충청-호남) 시대에 충청 인물이 권력의 정점에 설 수 있다는 꿈에 부풀었던 충청인들을 그야말로 멘붕에 빠뜨리며 새 희망을 얘기해야 할 2018년의 봄을 악몽으로 물들이고 있다.

최 일 기자 choil@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