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기자의 세상속으로] '갑질' 생각만 없다면 '미투'도 없다
박붕준 대전과학기술대 신문방송주간 교수
전 대전MBC 보도국장·뉴스앵커
2018-03-06 금강일보
자고 일어났더니 이게 무슨 소리인가? 이번엔 안희정이라니…. 충남지사 안희정은 지난해 대선 후보 결정을 위한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2위에 올라 차기 잠룡(潛龍)에 가장 근접한 정치인으로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그런 그가 '미투(#MeToo 나도 당했다)' 시리즈의 대열에 올랐다. 지난해 6월 말부터 8개월 동안 자신의 여비서를 4차례 성폭행하고 수시로 성추행을 했다는 것! '미투' 열풍이 시작된 지난달에도 안 전 지사의 성폭행이 이어지자 비서는 검찰에 고발하고 언론에 알리기로 결심했다는 것이다. 안 전 지사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모든 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면서 '비서에게 죄송하고 저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용서를 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지사 직을 내려놓고 일체의 정치활동도 중단하겠다'고 했다. 그가 소속된 민주당은 지방선거 영향 등을 우려, 즉각 출당 및 제명 조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당의 유형자산인 잠룡을 잃어 충격이 클 것이다. 안 전 지사는 법적 처벌도 받아야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그만큼 안 전 지사에 대한 충청인들의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안 전 지사는 여 비서에게 늘 '너의 의견을 달지말고 네 생각을 얘기하지 말라'고 해, 인간의 자존감까지 무너뜨렸다. 더구나 어떻게 자신을 보좌하는 비서를 탐할 수 있을까?
이번 주부터 새 학기 강의가 시작되었다. 새내기는 물론 방학을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로 캠퍼스가 지성인의 열기로 활기를 띠고 있다. 방학 중 '외국물(?)을 먹고왔다'고 자랑하는 제자부터 '신입생 MT를 언제 가냐?' '교수님 더 멋있어졌다'고 립서비스 하는 학생들까지 강의실이 오랜만에 화기애애하다. 일부 언론이 제기하는 대학가 '미투' 열풍 기사와는 전혀 딴 나라(?) 이야기다. 교수가 갑질은커녕 학생들과 점심시간에 학교 근처의 떡볶이집에서 바가지(?)를 당하고 교수연구실을 찾아왔다가 '교수님 감사합니다'라고 하면서 일방적으로 탁자 위의 음료수까지 강탈(?)해가는 사랑스러운 제자들로 캠퍼스가 화기애애하다.
서울 명지전문대학 연극학과 4명의 교수 모두가 '미투'에 얽혔다고 마녀사냥을 한다면? '그 대학 교수들 '다' 왜 그래?' '다'는 아닌 것이 확실한데도…. 천주교 단체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을 폄하하지 말자! '미투'는 잘못된 성의식이 원인이다. 양성평등에 대한 교육을 해야하지만 초등 6년간 고작 4시간, 중·고교에는 아예 없다. 성차별적인 문화를 바꾸고 남성과 여성은 동등한 인격이라는 가치관을 심어줘야 할 때다. 성평등사회를 만들기 위하여 인격을 존중하는 동등한 주체로 '갑질' 생각만 없다면 '미투'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