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Why] 폐족→재선지사→성폭행 의혹…급전직하 추락한 안희정
2018-03-06 문승현 기자
누구보다 긴 밤을 보냈을 당신에게. 지난밤은 당신에게 길고 긴, 깨어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악몽 같은 시간이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210만 지역주민들의 삶을 책임진 도지사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당신이 추구해온 삶의 가치와 신뢰, 기대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으니 잠인들 청할 수 있었겠습니까. 저 역시 참담한 심정으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매력적인 전기(傳記)는 여기서 그만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먼저 묻고 싶습니다. 왜 그러셨습니까? 누구보다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중시한 당신입니다. 당신의 수행비서가 한 방송을 통해 폭로한 성폭행 의혹을 보면 그 짓은 ‘스위스와 러시아의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지난해 6월부터 8개월 동안 4차례에 걸쳐 이뤄졌습니다. 당신은 지난달 미투운동이 한참 사회적인 이슈가 된 상황에서 상처가 됐다는 걸 알게 됐고 미안하다고도 했지만 그날까지도 성폭행을 했다는 게 그 비서의 주장입니다. 당신의 ‘표정 하나하나에 맞춰야 하는 수행비서로 거절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약자를 상대로 씻을 수 없는 상처와 모욕을 안겨주는 명백한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입니다.
야누스 같은 당신의 이중성에 여론이 들끓고 힐난이 쏟아지는 마당에 당신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당신은 겨우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어리석은 행동에 용서를 구하고 지사직을 내려놓으며 정치활동도 중단한다고 했습니다. 이걸로 됐다고 여기시는 겁니까? 당신의 사표(사임통지서)는 바로 결재돼 도의회에 넘어갔으니 이제 전(前) 지사 신분입니다. 도정은 행정부지사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됐습니다. 한때 충남도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은 전 지사로서 마땅히 도민 앞으로 걸어 나와 성폭행 의혹을 설명하고 석고대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희정 전 충남지사, 당신은 현재의 ‘행방불명’ 상태를 스스로 해제하고 피해자와 도민들에게 사과하십시오.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마지막 예의일 것입니다.
내포=문승현 기자 bear@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