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의료진 '마약' 유혹에 노출

마약류 의약품 월 1건 도난
과다투약 사망 사건도 발생

2011-09-27     서이석

#. 지난 7월 오전 7시 30분 인천의 모 병원 수술실에서 이 병원에 근무하던 간호사가 사망한 채 발견됐다. 경찰 조사에서 숨진 간호사의 가방에선 외부 유출이 금지된 마약류 마취제, 펜타닐 앰플이 나왔다. 펜타닐은 수술 후 환자나 암환자의 통증을 경감할 때 사용하는 합성 마약진통제다. 몰핀보다 50배 이상 강력하다. 이 병원은 사건 발생 후 10여분 뒤 펜타닐 7개가 분실된 것을 확인했다. 마약 과다 투여에 따른 사망으로 추정됐다.

#. 대전·충남의 모 병원은 지난해 병원에 보관 중이던 마약류 의약품 일부가 사라져 의료진들이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병원내 마약류는 별도 보관함에 시건 장치를 해놓는 등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하지만 마약류 점검을 하던 중 없어진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정황상 병원 내부 직원의 소행을 의심했지만 앞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선에서 조용히 마무리했다. 그러나 내부에 범인이 있다는 생각에 신경이 이만 저만 쓰이는 게 아니다.

마약류 의약품에 대한 병원들의 허술한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낙연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매달 1건꼴로 병원내 마약류가 분실·도난 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지난 2008년 13건, 2009년 15건에 이어 지난해에도 12건의 병원내 마약 분실 도난사고가 발생했다.
올 들어서도 지난 7월말까지 3건의 사고가 보고됐다.

지난 7월엔 인천에서 간호사가 마약류 과다 투여로 사망하는 사건이 뒤늦게 밝혀졌다. 마약에 중독된 의료진이 병원내 마약류를 훔쳐 투여하다가 사망으로 이어진 것은 공식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분실된 마약 의약품은 병원 의료진이 가져간 것으로 추정된다.
마약류에 중독된 의료진이 직접 투약하거나, 의료진의 가족, 친지, 지인 등의 회유와 강압 등으로 인해 외부 유출에 나섰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병원들이 신고를 꺼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고되지 않은 수는 매우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의료계 주변의 전언이다.

이낙연 의원은 “의료기관 종사자도 마약류 진통제를 빼내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다”며 “병원의 마약류 진통제 보관함에 CCTV를 반드시 설치하는 등 제도적으로 마약류 진통제 관리를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의료기관 종사자의 책임을 엄격히 규정할 필요가 있고, 특히 종사자 고의에 대해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