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당선자에 바란다
2018-06-17 이회윤 기자
길고도 지루했던 ‘6·13 지방선거’가 마침내 그 막을 내리고 새로운 풀뿌리 민주주의 새 장을 열었다.
특히 승자의 경우 자신이 승리한 것이 아니라 군민의 승리임을 인식하고 더욱 겸손한 자세로 자신을 뽑아준 군민을 주인으로 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마냥 승리에만 도취되어 있을 겨를이 없다. 군민에게 한 자신의 약속을 기억하고 무엇부터 어떻게 실천에 옮겨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역대 선거를 비추어 보면 패자일수록 군민에게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스스로 몸을 낮추지만 승자는 그렇지 않다. 처음 1년 정도는 마치 갓 시집 온 새색시처럼 다소곳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닭으로 변하면서 공무원을 집사(執事) 다루듯 한다. 군민 위에 군림하려 들지 않으면 다행이다.
심지어 어떤 이는 반짝거리며 가슴에 달려 있는 의원 배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만지작거리거나 바라보면서 자아도취에 빠져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길게는 1년 이상 다리품 팔면서 일 년 열두 달을 정월 초하루처럼 마음 졸이며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보상쯤은 당연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선거 직은 보상받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니라 이 한 몸 바쳐 봉사를 하겠다며 제돈 써가며 자청한 고행의 길이다.
당선이라는 승리감에 빠져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망각한다면 그 사람의 미래는 여기서 끝이라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예산=이회윤 기자 leehoiyun@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