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빛깔 무지개’ 최고 타짜는? 경로당 문화고스톱대회

목동 7개 경로당 28명 참가 고스톱 열전 게임 이겨서 좋고 새 친구 만나 더 행복

2018-06-28     김지현 수습기자
27일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일곱 빛깔 무지개’ 문화고스톱대회에서 참가 어르신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27일 중구 목동주민센터에서 열린 일곱 빛깔 무지개’ 문화고스톱대회에서 참가 어르신들이 열띤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선수 해도 되겠는데?” “나 이미 선수여~”

삶이 무료한 7개 경로당 어르신들을 웃음 짓게 하는 ‘일곱 빛깔 무지개’ 문화고스톱대회가 28일 열렸다. 어르신들의 화합과 친목을 위해 목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이번 문화고스톱대회에는 경로당의 내로라하는 ‘타짜’ 28명이 참가해 동전이 아닌 ‘엽전 50냥’을 갖고 4~5명이 둥글게 둘러 앉아 게임을 시작했다. 백발의 할머니들이 지팡이를 짚고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자신이 속한 경로당 대표팀 선수들 곁을 굳건히 지키면서 “파이팅”을 연신 외치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박수를 치며 열심히 응원하던 A (65·여) 씨는 “처음 열리는 대회라 그런지 구경하면서 응원하는 것도 즐겁다. 앞으로도 더 자주 이런 자리를 마련해 친목을 다졌으면 좋겠다”고 수줍게 말했다. 대회 참석 선수는 할머니들이 주를 이뤘고 각 조엔 할아버지들이 한 명씩 배치돼 심판을 봤다. 청일점 심판으로 나선 B (68) 씨는 “경기 규칙이 정해져 있어 심판이 참여하지 않아도 즐거운 분위기 속에 다들 정직하게 게임을 하고 있다”며 “다른 팀들도 살펴보고 있는데 심판을 본다기 보다 그냥 선수인 것처럼 함께 즐긴다”고 말했다.

모든 조에서 경기가 화기애애하게 흘러간 건 아니다. “에이~.” 경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1조에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게임이 잘 풀리지 않자 한 할머니는 “운발이 다 한 것 같다”며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집중하며 패를 응시했다. 지켜보던 한 할머니는 선수가 답답했는지 훈수를 두다 심판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냥 재미라곤 해도 승부욕은 어쩔 수 없는 게 게임의 묘미다. 심판을 보던 한 할아버지는 “이기고 싶어 의논을 하다가 경고를 받는 경우도 있지만 그래도 즐겁고 건강한 고스톱대회인 만큼 웃음꽃이 핀다”고 말했다.

참가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통해 승패를 떠나 또 다른 말동무를 만난 것에 더 큰 의미를 뒀다. 한 대표선수는 경기에 참가해 보니 어떠시냐는 질문에 “손을 많이 쓰니까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에 새로운 친구도 만들 수 있어 좋다”며 “모두 즐겁게 고스톱을 치니까 나도 좋다. 고스톱 치면서 행복하긴 처음인 것 같다”고 밝혔다. 목동 민찬기 동장은 “돈을 엽전으로 바꿔 개인이 아닌 팀 경기로 건전하게 대회를 진행하니 화합의 장이 돼 좋다”며 “중구 동별 대항전으로 대회를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 수습기자 kjh0110@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