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로의 교육이야기] 교육공동체 거버넌스 구속력있게 제도화해야
대전교총 회장
인터넷과 SNS와 같은 정보 전달 도구의 발달로 지식정보의 공유화가 확대돼 정부와 시민 간 정보격차가 줄어들면서 시민의 불만과 요구 수준이 급격히 증가했다.
과거에는 정부의 일방적, 권위적 통제나 정보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거나 순응했지만 이제는 모든 시민들이 전세계의 똑똑한 많은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보할 수 있고, 쉽고 부담 없이 표출할 수 있는 인터넷 공간이 확보돼 여론 참여가 급속히 확대됐다. 인터넷 공간은 단순한 정보 표현을 넘어 물리적 집단행동의 촉매제가 됐고 정부나 단체, 사회구성 주체 간 상호 견제와 참여의 시대가 된 것이다.
정치적 참여의 경우에도 과거에는 선거에 의한 의사표시 수준의 간접적 민주주의 행태를 보였으나 이제는 정부의 행정 계획단계에서 예산편성, 집행은 물론 평가과정에 직·간접적으로 깊이 참여하고 있다.
최근 일반 행정 분야에서는 정부나 지자체의 각종 자문 및 심의 위원회, 실행조직에 시민참여가 조례나 규정으로 제도화됐고 공직사회는 투명성과 민주적 주민참여 측면에서 많이 발전했다. 동사무소나 관공서의 민원담당 부서 공무원은 민간 서비스 수준보다 친절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교육계의 시민참여는 여전히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교육계의 주체가 학생, 교사, 학부모 등 일정한 이해관계자의 울타리로 제한되어 있어 정보의 외부 노출이 비교적 적으며, 교육사무가 전통적이고 관습적인 측면이 커서 참여의 폭이 제한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교육사무의 대부분은 정부나 교육청이 기획하고 예산도 정부나 지자체 예산에 의존하기 때문에 단위학교장이나 교사, 학부모들은 정해진 사무를 집행하는 데만 관여할 뿐이다. 따라서 교육행정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교육주체는 물론 일반 시민의 참여수준은 일반 행정 분야보다 낮은 것으로 생각된다.
헌법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예산권을 갖고 있어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갈등사례처럼 정치권이 의제를 설정하면 정치적으로 휘둘릴 뿐 학교현장의 문제점이 사회에 노정되는 일은 쉽지 않다. 교육 관련법에는 단위학교장의 책무를 매우 크게 설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교육부나 교육청의 가이드라인에 의해 운영하고 통제행정과 권위적 지도감독을 하고 있어 자율성은 크지 않은 현실이다.
이제 대통령의 공약에 제시한 것처럼 유·초·중등 교육사무와 예산권은 대폭 지방교육청에 이관해 교육 분권화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교육청은 학사관리 및 학생지도 등 교육 실무를 단위학교에 넘겨야 한다.
교육감, 교사, 학생과 학부모, 지역주민, 학교, 지자체, 시의회, 교육단체 대표 등이 모두 참여하는 수평적 거버넌스 구조의 교육협의체를 조례로 설치해 주요 교육사업의 가치와 방향, 교육기본계획의 수립, 주요정책 및 현안, 정책의 평가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이해당사자의 공통분모를 사전에 도출하고 갈등을 줄여, 체계적인 협치 행정을 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은 정책자문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나 자문수준에 불과하다. 또 학교단위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마을교육공동체를 만들어 단위학교의 교육계회과 집행단위에서 지역주민 및 교육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자유학기제 지역운영협의체, 메이커교육 협업실, 특성화고 취업 협의회, 공론화위원회 등 단위학교 또는 교육청의 다양한 사업에 대해 사업목적에 따른 협의체를 구성해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교육행정으로 특성화 할 필요가 있다.
설동호 대전시교육감도 교육공감 원탁회의를 공약했다. 지자체, 시의회, 교육주체, 교육단체, 학무모 단체 등이 참여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는 조례제정으로 자문수준을 넘어 협치의 수준에서 운영해 주실 것을 주문한다. 협치체계를 갖추면 허태정 대전시장과 동시에 공약한 고교 무상급식을 비롯, 많은 예산과 대전시의 협력이 필요한 공약인 대전형 창의융합교육, 메이커교육, 대전진로교육진흥원 설립, 미세먼지 대비 공기청정기 설치, 학교급식지원센터 설립 등과 교원 행정업무 혁신적 감축 및 교권 보호 강화 등 많은 공약을 시민사회의 협력으로 수월하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전시와 교육청, 그리고 교육관계자의 참여와 협치를 통해 서로 책임과 성과를 공유할 수 있다. 교육행정에도 더 많은 교육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해 더 민주적인 운영, 더 크게 협력하는 교육자치의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