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근육통 극심…죽다 살아난 기분'
필리핀서 뎅기열 경험한 40대 男 증언…필리핀선 한 해 수백명 사망
“죽다 살아난, 딱 그 느낌입니다.”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는 40대 A 씨는 뎅기열이란 말만 들으면 아직도 온몸이 움찔거린다.
그는 지난 2008년 필리핀 수도인 마닐라의 퀘존시에 체류하다 같은 하숙집에 있던 한국인 3명과 함께 차례로 뎅기열에 걸렸다. 그는 초기 뎅기열 증세가 나타난 뒤 약 보름간 극심하게 앓았다고 한다.
40도에 가까운 고열과 근육통에 온몸이 뒤틀리고, 의식마저 흐려지는 패닉 상태를 경험했다고 회고했다.
백방으로 처방을 수소문하던 그는 뎅기열의 경우 딱히 처방이 없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좌절했다.
결국 한국에서 비상용으로 가져간 해열제에 의존했으나 몸상태는 갈수록 악화돼 음식도 넘기지 못하고 숙소에 스스로 격리된 채 누워있기만 했다.
중도에 귀국하려 했으나 감염성이 우려돼 현지에 남았다.
뎅기열 감염자의 피를 빤 모기가 다른 사람을 물게 되면 그 사람도 뎅기열에 걸릴 확율이 높다고 A 씨는 말했다.
결국 보름 후 몸이 호전됐으나 182cm에 78kg에 달하던 그의 체중은 8kg 가량 빠져 수척해졌다.
뎅기열은 몸안의 혈소판과 백혈구 등이 줄어 들어 면역력이 크게 약화된다.
A 씨는 “경험한 적은 없지만 백혈병 증세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며 “때문에 현지 병원에서도 몸속 혈소판과 백혈구를 늘리는 수혈과 항생제 위주의 처방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는 다소 생소한 뎅기열이지만 필리핀에서는 감염환자의 치사율이 20-30%에 달하고, 해마다 700여명 이상이 숨지는 무서운 질병이다. 지난해 필리핀 원정도박에 나서 물의를 빚은 방송인 신정환의 뎅기열 소동에 정말 감염됐을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A 씨는 “면역력을 갖춘 성인들도 극심한 고통을 겪는 질환으로 아이들에겐 매우 위험한 질병”이라며 “무엇보다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해외 여행시 반드시 여행자보험을 가입하고 의심 증세시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