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아쿠아월드 분홍돌고래' 누가 죽였나〈br〉 인간 탐욕에 스러져간 국제보호종
무차별 포획 뒤 국제거래·쇼 등 학대
대전 반입예정 1마리 등 4마리 돌연사
반입 불발되며 '사기분양' 논란 달궈
베네수엘라 분홍돌고래의 대전 반입 무산을 둘러싼 지역사회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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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돌고래는 바다가 아닌 민물, 즉 강에 서식하는 돌고래다. 전세계적으로도 확인된 개체수가 매우 드물어 세계 5대 희귀종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전시와 대전 보문산 아쿠아월드 운영업체인 (주)아쿠아월드는 지난해 아쿠아월드 개장에 맞춰 베네수엘라로부터 분홍돌고래 암수 한쌍 반입을 추진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당시 국내에 알려진 불발 사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국내 반입 논의 초기부터 대두된 현지 환경단체 반발과 대전에 들여올 예정이던 분홍돌고래 암컷 1마리를 포함해 현지 수족관에 있던 6마리 중 수컷 1마리와 암컷 1마리가 연이어 돌연사한 것. 현지의 수족관이 보유 중인 수컷 2마리 중 1마리만 남은 상황에서 이를 대전에 보낼 경우 단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반론 외에 보다 구체적인 사항들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교섭 과정을 비밀리에 부치고 거래 불발 땐 책임론과 철저히 거리를 두려는 국가간 거래, 국제 협약 특성상 확인도 쉽지 않다.
분홍돌고래 대전 반입 불발 건은 대전 아쿠아월드에 입주한 상인들이 최근 ‘사기분양’을 주장하며 법적 소송을 벌이는 등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대두되고 있다.
금강일보는 베일속의 베네수엘라 분홍돌고래와 이와 얽힌 각종 의혹과 논란을 취재했다.
금강일보가 대전시, 국제 환경단체 활동가, 베네수엘라 현지 언론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올 초 대전시와 반입협의를 벌이던 베네수엘라 발렌시아 아쿠아리움의 분홍돌고래 2마리가 돌연사한데 이어 이후에도 2마리가 더 죽은 것으로 파악됐다.
(주)아쿠아월드와 대전시는 지난해 이들 돌고래를 국내에 소개하며 ‘보토(Boto)’, ‘분홍돌고래’라고 알려졌지만 실제 현지에서 명명된 이름은 제우스(Zeus.수컷)와 아르테미스(Artemis.암컷)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발렌시아 아쿠아리움은 당시 대전과 협의를 벌이던 암수 2마리를 포함, 총 6마리의 분홍돌고래 가족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 6마리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수컷 율리시스(현지 명명 Ulises)가 지난 1월 13일 돌연사한데 이어 대전에 반입예정이던 암컷 아르테미스도 2월 6일 갑작스럽게 죽었다.
이어 3월 25일에는 암컷으로 1살인 헬레나가, 4월 14일에는 헬레나의 어미인 페넬로페(Penelope)가 차례로 숨지면서 현재는 6마리 중 6살 수컷 제우스와 37살 암컷 다릴라(Dalila)만 남은 상황이다.
율리시스와 페넬로페, 다닐라는 강에서 포획돼 발렌시아 수족관으로 옮겨졌고, 이들은 수족관에서 제우스와 아르테미스, 헬레나 등을 낳아 인간에 의해 길러졌다.
◆국제거래에 돌고래쇼까지 학대 논란
국제보호종인 분홍돌고래들의 잇단 돌연사를 놓고 학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아쿠아월드와 대전시가 분홍돌고래 한쌍의 국내 반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죽음의 행렬이 시작돼 분홍돌고래의 사망과 연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주)아쿠아월드와 대전시가 법적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나 현지에서 제기된 돌고래들의 사인(死因) 중 하나가 ‘스트레스’란 점에서 국가간 거래가 결국 국제보호종을 멸종에 치닫게한 단초를 제공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본보가 현지언론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분홍돌고래들은 보존이란 명목하에 무차별 포획된 뒤 수족관의 돌고래쇼 등 상업용으로 이용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지 당국 역시 분홍돌고래의 사망 원인을 조사하면서 수족관의 오염된 물에 따른 감염 가능성, 스트레스, 가족 사망에 따른 우울증세 등을 집중 거론했고, 지난 4월 죽은 1살짜리 돌고래의 위 속에선 탄피와 강철 와이어 등이 발견돼 외부인에 의한 타살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대전과 교섭을 벌이던 이들 아쿠아리움은 지난 1975년 개원 이후 15마리 이상의 분홍돌고래가 죽었으나 대부분 뒷편 땅에 묻어왔고, 또다시 자연 상태의 분홍돌고래를 포획해 대체하는 일을 반복적으로 해왔다고 국제 환경운동가와 현지 언론은 전했다.
◆국제보호종 멸종 재촉 대전시 책임없나
일각에선 대전시가 베네수엘라 당국과 교류협약을 체결하면서 약속한 현지 수족관 환경개선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점도 분홍돌고래 잇단 폐사의 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시는 당시 베네수엘라 발렌시아 수족관에서 분홍돌고래 한쌍을 반입하는 대신 시설 등이 매우 열악한 수족관 환경개선사업도 약속했었다. 대대적인 수족관 리모델링이 예고된 상황에서 현지인들이 수족관 수질 관리와 돌고래 건강 점검을 게을리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함께 멸종 위기에 처한 분홍돌고래가 대전의 관광자원 창출에 반드시 필요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환경론에 대한 국내 인식이 아직은 미흡한 데다, 국가간 매매가 원칙적으로 금지된 국제보호종의 교환, 거래에 대한 명확한 기준도 없이 상업적 판단만 개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볼거리 창출이란 명목하에 무리하게 국가간 거래에 나서다 제2, 제3의 분홍돌고래 사태를 야기하고 국제적 망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열악한 수준인 베네수엘라 현지 수족관과 달리 대전은 최적의 환경 제공이 가능하고, 시민볼거리 제공과 아이들의 교육적 차원에서도 괜찮다고 판단돼 추진했다”며 “현재는 반입하려던 분홍돌고래의 폐사와 함께 종결된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