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연평도 포격 1년 ··· '호국교육 성역' 대전현충원의 위기
고인은 모두 대전에 ··· 유품은 모두 평택에
보훈처-국방부 협조 단절 기록물 전시 답보
북한의 연평도 포격사건 1주기를 앞두고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은 A 씨 가족은 현충원내 전시관인 보훈미래관을 둘러보다 고개를 갸웃했다.
고인(故人)의 서신, 옷 등 유품을 함께 전시한 여타 순국선열, 호국영령들과 달리 2차 연평해전, 천안함, 연평도 포격사건 전사 장병들은 일부 사진만 있을 뿐 관련 유품은 단 하나도 없었던 것.
비좁은 전시 공간 때문인지 현충원 측에 문의를 한 A 씨는 의외의 답변을 받았다.
전시공간 문제가 아니라 관련 유품을 확보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또 천안함, 제2연평해전 관련 유품은 모두 경기 평택에 위치한 제2함대사령부에 전시돼 있다는 말에 황당함마저 들었다.
A 씨는 “순직장병은 모두 대전현충원에, 관련 유품은 모두 평택해군기지에 전시하고 있다는 말인데 국민 입장에선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호국보훈의 성지인 국립대전현충원이 반쪽 성역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천안함 46용사, 연평도 포격사건 전사자 등이 안장된 대전현충원내 관련 유품은 전무한 것으로 파악되는 등 교육적 기능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관련기사 17면
◆서해의 영웅들 비석만 덩그러니 반쪽성역
대전현충원은 사실상 국내에서 순직장병, 국가유공자들을 안장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서울에도 동작동 현충원이 있으나 대통령 묘역 등을 제외하곤 추가 안장이 어려운 만장 상태다.
때문에 천안함 사태나 연평해전 순직장병들을 비롯해 복무 중 숨진 군과 경찰, 소방관 등이 대부분 대전에 안장되고 있고, 한해에도 200만 명 이상의 참배객이 방문해 명실상부한 호국보훈의 성역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대전현충원의 국내외적 위상과 달리 호국교육의 기능은 답보상태다.
대전현충원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유품과 유물이 전시된 보훈미래관을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등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정작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실제 보훈미래관내 유품 전시는 지난 2003년 12월 남극 바다에서 조난사고로 사망한 고 전재규 대원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최근 북한과 교전 등으로 순직한 이른바 서해의 영웅들은 자취조차 찾기 힘들다. 지난 2002년 발생한 제2연평해전에 관한 사진기록물만 보훈미래관 한켠을 차지하고 있을 뿐 천안함 사건은 올해 초 1주기 추모식에 맞춰 보훈미래관 2층 야외전시관에 전시된 사진기록물만 수개월째 그대로 남겨져 있고, 1주기를 맞는 연평도 포격사건은 아예 사진자료도 없다.
◆대전현충원, 해군 측에 유품 요청했지만…
대전현충원도 천안함과 연평해전 등의 관련 유품을 확보하기 위해 군과 협의에 나섰던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올해 초 국가기록원이 천안함 잔해에서 인양된 해침 기록물을 복원해 해군역사기록관리단에 전달하자 이들 유품 중 일부에 대한 대전현충원 전시를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천안함을 인양해 수거한 기록물은 약 2.5톤 분량. 바닷물과 기름, 뻘 등에 심각하게 훼손됐던 국기와 천안함기, 장병들의 복무카드, 편지 등 총 92점이 복원작업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러나 해군 측은 이들 복원 유품을 당시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에 건립 중이던 안보전시관에 모두 전시키로 결정하면서 대전현충원은 안장된 장병들에 대한 유품은 하나도 확보하지 못했다.
일각에선 정부 부처간 이기가 협력 부재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상급 부처가 국가보훈처와 국방부로 각기 다른 현충원과 군이 군 관련 기록물의 활용방안에 대해 협조와 소통의 끈이 단절된 것 아니냐는 것이다.
대전현충원의 한 관계자는 “한해 방문객이 200만명을 넘는 현충원만큼 최적의 호국교육의 장소가 어디에 있겠느냐”며 “군 자체적으로 전시관을 만드는 상황에서 그나마 많지도 않은 유품을 현충원이 확보하기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대전현충원은 23일 오전 10시 현충광장에서 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1주기 추도식을 갖는다. 이 자리엔 고 서정우 하사, 문광욱 일병의 유가족과 김황식 국무총리 등이 참석해 고인들의 뜻을 기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