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역 주유소 경영 직격탄…한 해 11곳 폐업
갈수록 경쟁심화, 인건비 상승에 일반 주유소 잇단 줄폐업 “셀프 전환 쉽지 않아”…무인기 4대에 1억 원, 관리비 부담↑
#.대전 유성의 A 주유소는 올해 초 ‘셀프 주유소’로 전환했다. 주유소 간의 경쟁심화와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속적인 경영 악화에도 셀프 주요소를 전환하기까지 1년이란 긴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직원들을 내보내야 했고 1억 여원을 웃도는 공사비를 투자한다는 것 역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지역 주유소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1년 새 벌써 11곳이나 폐업했다.
21일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정보 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기준 대전지역 주유소는 242곳이다. 지난해 동월(253곳)과 비교하면 일 년 새 11곳의 주유소가 사라졌다. 이 기간 동안 폐업한 주유소는 모두 일반주유소다. 일반주유소가 127곳에서 116곳으로 11곳 줄어든 것이다.
일반주유소는 종업원을 두고 차량주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업소당 평균 4명가량을 고용하고 있는 곳을 말한다. 일반주유소가 줄어드며 전체 주유소에서 셀프 업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52%로 지난해 11월(49.8%)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그동안 난립했던 주유소 간 경쟁도 문제지만 최저임금이 급등한 게 결정적이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은 지난해 대비 16.4% 오른 데 이어 내년에도 10.9% 인상될 예정이다.
대전 중구의 B 일반주유소 관계자는 “우리업계가 가장 힘든 점은 출구가 없다는 것이다. 영세한 주유소는 월 매출이 300만 원이 안 되는 곳도 많은데 인건비는 2년 새 30%나 증가했다. ‘힘들지만 견뎌보자’라며 보내고 있지만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셀프 주유소 전환도 경영주들에겐 큰 부담이다. 무인정산 시스템을 갖춘 셀프 주유기(대당 3000만 원선)가 일반주유기(800만 원)보다 4배가량 차이날 정도로 비싼 탓이다. 무인 주유기를 4대만 설치해도 1억 원 이상 추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주유소 경영주들은 셀프 주유소 전환엔 큰 결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전 서구의 C 주유소 관계자는 “셀프 주유기 구매, 공사비, 휴업동안 손해보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1억 원은 우습다. 막상 전환을 했어도 투자한만큼 회수하지 못한 분들이 있어 섣불리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고 씁쓸하게 귀띔했다.
박건용 주유소협회 대전지회 사무국장은 “토양·대기·수질 오염검사에 가스 회수장치 설치 등 규제에 따른 각종 관리비는 많은데 경영침체에 인건비까지 상승하니 일반주유소, 셀프 주유소 할 것 없이 지역 주유소 대부분이 어려운 형편”이라며 “카드 수수료나 관리비 일부 지원이라도 정부가 고려해 주유소 경영주들의 부담을 줄여줘여 한다”고 바랐다.
정재인 기자 jji@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