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병 든 응급실 수술대 올려야'
대전시 응급의료체계 활성화 워크숍서
후진적 환경·열악한 지원체계 '도마 위'
#. 대전·충남의 모 종합병원 응급실. 갑작스럽게 몰려드는 환자들로 응급실이 그야말로 전쟁터다. 이후에도 쉼없이 실려오는 환자들. 중증 환자는 응급치료 후 수술실이나 중환자실 등으로 옮겨야 하지만 그곳도 이미 만원이다. 일시적으로 병원내 ‘응급실-수술실-중환자실’ 모두가 꽉찬 ‘잼(Jam)’ 상태.
초조해진 환자 가족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의료진들도 수술병동, 중환자실에 빈공간이 있는지 알아보느라 눈코뜰새없다. 한 의료진은 “환자에 앞서 의료진부터 쓰러질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 또 다른 종합병원의 응급실. 의식잃은 환자를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바로 옆 병상의 환자 1명이 난동을 부리고 있다. 자신도 환자인데 의료진들로부터 진료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이유다. 정도만 다를 뿐 응급실의 폭력 사태는 비일비재하다는 게 의료진들의 설명이다.
대전지역 응급의료체계 활성화를 위한 워크숍이 14일 대전 유성아드리아호텔에서 보건복지부와 대전시, 지역 의료기관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대전시가 주최하고 충남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와 대전응급의료정보센터가 주관한 이날 워크숍에서는 ▲응급의료체계 발전방향 ▲응급의료체계의 지방화 등 2대 주제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형병원 환자 과밀화에 후진적 환경 심화
충남대 의대 유인술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를 통해 국민 응급의료권과 응급의료환경, 대전지역 여건 등에 대한 문제점과 개선방향을 설파했다.
유 교수는 “국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도 책임과 역할을 분할해야 한다”며 “응급의료 이용에 대한 국민이해도를 높이고 의료기관의 시설, 인력, 장비 등의 개선 및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응급의료 취약지 개선과 과밀화해소, 지역별 질적 불균형 해소 등을 통해 응급의료 전달체계를 재정립하고, 응급의료 재정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국회와 지방의회가 사명감을 갖고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환자가 집중되는 대형병원은 과밀화와 환자 소란, 입원 정체 등 후진적 환경이 심화되고 있는 점도 문제다. 일부에선 응급실이 암환자나 경증환자의 입원통로로 활용되면서 중증 응급환자가 오히려 적시에 치료받지 못하는 의료사각지대에 노출되고 있다는 게 유 교수의 판단이다.
유 교수는 “응급의료인들도 인력부족과 응급환자의 증가로 인해 업무량은 증가하고 응급실이 기피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며 후진적 응급실 환경은 응급의료 전반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응급 전용헬기 하나 없는 대전
대전지역의 열악한 응급의료 지원체계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전은 지난해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당 응급의료기관수와 응급실병상수, 구급차수, 24시간 전담의사 근무개소수, 119헬기 보유대수 및 운영인력 등 각종 지표에서 대부분 전국 평균에도 못미치거나 같은 광역시권보다 뒤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양대병원 이미진 교수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며 병원간 환자 이송의 효율화를 위해 ▲전용헬기 확보 ▲외상 외과 및 영상의학 중재술 전문인력 확충 ▲병원별 헬기착륙장 확보 등을 당면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전국 지자체 가운데 제주도와 함께 전용헬기가 없는 곳이 바로 대전으로 긴급 상황발생시 주변지역에서 헬기협조를 받아 병원 인근 공터를 헬기장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 외상중재술을 담당할 전문인력 부재로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 환자를 수도권으로 이송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장시간 이송으로 인해 환자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이 교수의 판단이다.
이 교수는 “대학병원 병실은 이미 포화상태나 지역의료를 담당할 2차 병원 역시 부재하다”며 “지역응급의료기관 및 24시간 전담의사 근무 개소 확대 및 지원이 절실하다. 지역 거점 외상센터 확보 및 안정적 운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이석 기자 abc@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