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나서’? ‘그러고 나서’?

2011-12-20     윤성국

“점심때까지 이 일을 모두 마치자. 그리고 나서 내가 좋은 곳에서 맛있는 점심 살게.”

일상생활에서 흔히 잘못 사용하는 ‘그리고 나서’이다. 위 문장의 경우 ‘그러고 나서’로 써야 바른말이다.

‘그러고 나서’는 ‘그렇게 하다’의 준말 ‘그러다’에 ‘-고 나서’가 붙은 말이다. 여기서 ‘나서’는 보조동사 ‘나다’의 활용형으로서, 동사의 어미 ‘―고’의 다음에 쓰여, 어떤 행동이나 상태가 끝났음을 나타낸다.

‘자고 나서 운동장으로 갔다. 어려움을 겪고 나서 성격이 변했다.’ 등으로 활용된다. 위 예문처럼 문장을 연결하는 경우 ‘그리고’ 대신 ‘그러고’를 꼭 써야 한다.

위 예문의 ‘그리고’는 부사로서, 말이나 문장 따위를 나열하거나 연결하는 접속 부사이다. 그러므로 동사 뒤에 위치해 동사의 뜻을 더해주는 보조동사 ‘나서’가 부사 뒤에 결합돼 사용될 수는 없다. ‘나서’ 앞에는 동사가 와야 한다.

‘그리고 나서’가 바른말로 사용되는 경우는 ‘그림을 그리다’ 또는 ‘고향이나 임을 그리다’의 의미로 ‘그리다’가 사용되는 경우이다. ‘그림을 그리고 나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임을 애타게 그리고 나서 고향을 떠나버렸다.’로 쓰인다. 물론 이 경우는 ‘그리고’가 부사가 아니다.

한국주택토지공사가 시공업체에게 추가 공사를 지시하고서도 공사비를 인정하지 않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그러고 나서 부끄러운 마음은 들었을까 싶다. <본사 총괄국장>